[경인칼럼]'갑질' 근절책을 찾아야

김창수

발행일 2018-04-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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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직원에 물벼락·욕설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언어폭력'
형법상 모욕죄 해당… 처벌 가벼운게 문제
직장·권력에 의한 '폭력' 차단방안 마련 시급


김창수-인천발전연구위원2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한 업체와의 회의 자리에서 광고팀장인 직원에게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분노하여 직원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욕설을 퍼붓다 못해, 나중에는 직원을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민 전무는 2014년 이륙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한공 조현아 부사장의 친동생이어서 여론의 화살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 전체로 향하고 있다.

'갑질'이란 신조어는 피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파괴하는 범죄행위에 비해 가벼운 느낌을 주는 말이다. 아마도 '갑질'이 계약서 상의 '갑'과 '을'에서 비롯된 일종의 비유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 언론사들도 한국 재벌가의 '갑질'에 해당하는 번역어를 찾지 못한 탓인지 'gapjil'이라는 우리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말의 세계화 가운데 부끄러운 사례가 될 모양이다.

'갑질'의 본질은 언어폭력으로 나타난다. 언어폭력은 욕설이나 인격모독적인 조롱으로 나타나지만 성차별적 발언이나 인사상의 협박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에게 굴욕감과 깊은 상처를 남긴다.

피해자들은 조직 내의 하급자이기 때문에 2차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박창진 사무장은 사건 이후 스트레스, 신경쇠약, 공황장애 등을 진단받았고 1년여의 휴직 끝에 회사에 복귀했지만 팀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직급이 강등되고 직원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재벌가 임원들의 전근대적 횡포를 의미하는 '갑질'이라는 말, 그리고 갑질의 전형적 사례인 '땅콩회항'이나 '물벼락 갑질'이라는 표현은 사태의 본질을 희화화하는 듯해서 마뜩치 않다.

근본 원인은 기업과 직원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재벌의 계급의식이겠으나 다분히 흥미위주로 사건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다. 재벌과 권력의 '갑질'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태도나 시민의식이 더 진지하고 예리해져야 하겠다.

경찰이 조현민 전무를 수사하면서 폭행혐의에만 주목할 경우 물컵을 던진 방향이 피해자의 얼굴 쪽인지 바닥 쪽인지가 쟁점이 되는데 이는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얼굴에 물을 뿌린 특수폭행 못지않게 언어폭력에 의한 인격모독이 더 중대한 범죄이다. 언어폭력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것은 문제이다. 언어폭력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된다. 형법 제311조의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조현아 부사장에 이어 조현민 전무의 행동이 알려지자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비행(非行)을 알리는 제보가 이어지는 한편 대한항공의 회사명칭도 차제에 바꿔야 한다는 국민 청원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가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가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시급한 과제는 직장이나 사회적 위계에서 상급자나 권력에 의해 행해지는 일상적인 폭력, 내재적인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찾는 일이다.

/김창수 인천발전硏 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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