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미리 가 본 회담장소 '판문점 프레스 투어']"北 지도자, 불과 '5㎝ 턱' 넘는데 60여년 걸려" 진한 아쉬움

전상천 기자

발행일 2018-04-20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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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앞둔 평화의 집 찾은 취재진<YONHAP NO-4858>
새로운 역사 써내려갈 평화의 집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둔 18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파주 판문점 내 평화의 집 일대를 취재진이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3백여명 취재진 '자유의 집'등 찾아
한국군·미군 미동없는 경계 긴장감

김정은 위원장 MDL 건너 남쪽행
문대통령 마중나가 '환영의 악수'
곧 펼쳐질 '역사적 장면' 뇌리 스쳐
분단의 끝, '평화의 시작' 오려나…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MDL)으로 그어진 불과 5cm 높이의 콘크리트 연석을 건너오는 데 걸린 시간만 무려 반백 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아흐레 앞둔 지난 18일 오전 판문점 내 자유의 집 앞. 청와대가 내·외신 언론사 취재진 300여 명을 상대로 시행한 '판문점 프레스 투어'에 참가한 기자들은 이날 '유엔군사령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서 경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군인의 인솔을 따라 자유의 집 내부로 들어가 2층 계단을 올라간 뒤 홀을 가로질러 문을 열고 나아갔다.

북한의 '판문각' 건물과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에 하늘색 옷을 입은 건물 3채가 서 있고, 건물 사이로 난 폭 5m가량의 좁은 길옆에는 한국군과 미군 병사 1명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한치의 미동도 없는 우리 쪽 군인들은 맞은 편 북녘땅에 우뚝 서 있는 '판문각' 건물 쪽을 바라보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 앞길을 오가는 북한 병사들의 힘찬 발걸음이 눈을 사로잡기도 했다.

하늘색 건물들이 바로 T1·T2·T3로 불리는 군사정전위원회의 회담장 건물이다. T1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는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는 실무장교 회담장이다. 'T'는 '임시'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Temporary'의 약자다.

취재진을 안내한 김영규 유엔군사령부 공보관은 "처음 이 회담장을 설치할 때는 누구도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 '임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회담장은 한반도가 세계 유일한 분단국임을 상징하는 건물로, 또 다른 이름의 역사가 되어 가고 있다.

회담장 안에 들어가 창문 틈으로 북측을 바라다보았다. T2와 T3 사이의 통로로 이어진 저 길로 평화의 봄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

세기의 역사적 만남이 열리는 남한 판문점 평화의 집으로 오기 위해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사정전위 회담장 사이에 있는 MDL인 '5cm' 높이의 콘크리트 연석을 직접 발로 넘어서 남측으로 걸어들어와야만 한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MDL을 상징하는 연석 바로 앞에까지 마중을 나가 김 위원장과 인사를 겸한 환영의 '첫 악수'를 나누고, 손을 굳게 잡은 채 회담 장소인 평화의 집으로 안내하기 위해 '자유의 집'으로 같이 걸어 들어가는 역사적 장면이 뇌리를 스쳐 갔다.

남과 북이 만나는데, 북한의 정상이 남한 땅을 밟기 위해 '5cm'도 안되는 연석이 그어놓은 MDL 선을 넘는 데만 60여 년 이상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더욱 커져만 갔다.

앞서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역시 정상회담장인 평화의 집이었다.

한반도의 운명을 새롭게 써 내려갈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은 그 자체가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이기에 공간이 역사를 끌어안게 된 것이다.

한쪽에서는 남북 의전·보도 등에 관한 실무 회담이 열리고 있어서 인지 군 관계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름처럼 차가워 보였다. 아직도 봄은 오지 않았다.

/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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