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허술한' 송도 협약의 후유증

목동훈

발행일 2018-04-2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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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세브란스병원 건설 '하세월' 이유는
협약서에 의무·페널티 조항 내용 없어
무산된 151층 인천타워사업과 너무 흡사
잘못된 계약 설명·이해 구하는 노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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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연세대학교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하고 사이언스파크(교육연구시설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연세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마련한 '연세대 국제캠퍼스 2단계 협약식'에서다. 이날 연세대 윤도흠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여러 가지 여건상 500병상으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는 800에서 1천 병상까지 가는 것이 저희 목표"라며 "처음부터 800병상에 맞춰 지을 것이냐, 아니면 500병상부터 짓고 나중에 추가로 지을지 진행 상황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공사 시기에 대해선 "설계가 완료되는 2019년 말까지는 착공을 하려고 노력하겠다"며 "공사 기간은 일반적으로 3~4년 정도를 잡는다"고 했다. 연세대 계획대로 라면 2024년 개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명문대의 종합병원이 인천 송도에 들어온다는 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 소식이 그리 달갑지 않다. 연세대와 인천시는 지난 2006년 송도에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세브란스병원 등을 조성하기로 협약을 맺었는데, 병원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2024년까지 앞으로 5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하니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하다.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은 왜 늦어진 것일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 가운데 '허술한 협약'이 있다.

2006년 협약을 보면 인천시는 송도 7공구와 11공구 약 182만㎡를 2개 단계로 나눠 조성원가로 공급하고, 연세대는 그곳에 학생 1만 명을 수용하는 캠퍼스, 병원, 교육연구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데 협약서 어느 곳에도 언제까지 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개원 시한을 못 박은 의무조항과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페널티를 주는 조항이 없다 보니 '하세월'이 됐다. 인천시가 1단계 사업이 완료되기 전에 이례적으로 2단계 부지를 공급하게 된 까닭도, 병원 개원 시한을 협약서에 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게다. 그 속도 모르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인천시가 연세대에 2단계 부지를 공급하기로 한 협약은 송도랜드마크시티(SLC) 상황과 너무 닮았다. 지난 2007년 인천시는 송도 6·8공구에 151층짜리 인천타워를 짓는 것을 조건으로 그 주변 228만㎡에 대한 개발권을 SLC 사업시행자에게 몽땅 넘겼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타워 건립은 무산됐지만, 사업시행자는 그대로 유지됐다. 2007년 이 사업 협약에도 인천타워 건립에 관한 의무조항과 페널티 조항이 없었다. 결국, 이 사업은 아파트 등 주거시설 용지 7개(총 34만㎡)만 SLC 측에 공급하는 것으로 2015년 정리됐다. SLC는 지난해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송도 6·8공구 특혜 의혹'의 핵심 사업으로 지목됐으며, 지금도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열악한 투자 환경 때문에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협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한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그 누구도 송도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송도의 투자 환경이 열악했던 건 사실이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잘못된 협약을 바로잡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실망이다. '땅'을 싸게 팔아 유치한 사업이 꼬이거나 틀어지자 '땅' 공급으로 쉽게 해결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송도 땅은 갯벌의 희생으로 탄생한 시민의 소중한 자산으로,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지금도 그 어느 곳에서 협약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텐데, '허술한 협약' 때문에 투자자에게 끌려다니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란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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