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독정심(지犢情深)

고재경

발행일 2018-04-2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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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지독정심(지犢情深)은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정이 깊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녀에 대한 어버이의 사랑은 지극히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다. 더 나아가 어버이의 애정은 바다처럼 깊고 넓고 위대하다.

바비킴이 부른 'MaMa'(작사/작곡:하광훈) 노랫말에는 곡목이 시사하듯이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배어 나온다. 'MaMa'에 등장하는 화자는 성인이 된 인물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느새 훌쩍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어머니의 포근한 '무릎'을 필요로 하는 '작은 아이'에 불과하다. 그가 가끔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길을 잃고 방황할 때가 있다. 그러한 위기 때마다 '문득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항상 미소를 머금고 화자의 '그림자'를 품에 안은 채 화자의 인생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 곳엔 언제나 당신이 웃고 있었죠/내 그림자를 안고서'.

만약 자녀가 정상 궤도를 탈선해 뜻하지 않은 불행한 사건에 연루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숨이 끊어질 듯 몹시 애통해하고 깊은 상심에 잠길 듯싶다. 마찬가지로 'MaMa' 속 화자는 '힘들고 지쳐 쓰러져 울고' 싶은 심정이었을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심어린 속마음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한다: '미안해요 고마워요/이제는 내가 기다릴게요/'. 어머니의 지독정심 사랑의 위대함에 그는 가슴이 울컥하며 새롭게 마음의 다짐을 한다. 만약에 비가 내리면 어머니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우산'을 들고 자신이 서 있겠다고 굳게 맹세한다. 그 동안 어머니가 자신을 안아주며 무한대 사랑을 베풀었던 것처럼 그도 어머니를 포옹해주겠다고 서약한다: '내가 안아 줄게요/하늘에 뜨거운 저 태양도/밤하늘에 수많은 저 별도/당신 앞에선 그저 작은 이야기뿐일걸'.

포천 출신의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작사/작곡:이현승) 가사는 아버지에 대한 잔잔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곡목 '아버지'에서 아버지는 '그대'라고 묘사된다. 화자에게 '그대'는 '한 걸음도' 바싹 다가가기엔 부담스런 존재이다: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던/내 마음을 알아주기를/얼마나 바라고 바래왔는지'. 화자에게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즉 화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이다. 노랫말 도입부에서 화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드러낸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아버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화자의 가슴에서 멀어져간다. 그리고 쓸쓸히 '뒷모습'을 보인 채 자신 곁을 떠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그렁그렁 차있는 화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주륵 흘러 내린다.

화자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이중 감정 병존의 감정이 교차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애증의 감정이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세차게 북받쳐 오른다: '서로 사랑을 하고/서로 미워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때로는 화자를 그 어떤 사람보다도 따뜻한 애정으로 '아껴주던' 사랑의 전도사이자 지독정심의 실천가이기도 하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문득 밀려오면서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간절함에 뼈저리게 사무친다: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모른 채 아버지를 미워했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을 재확인하며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

부모와 자녀의 친밀도가 예전만 못한 요즘이다. 세월이 가도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는 가로 세로 깊이 넓이 모두 다 무한대 사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있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지독정심의 깊은 뜻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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