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가 프레임을 벗어나듯… 예술이 국경을 넘어서다

경기도미술관 전시 '그림이 된 벽'

프랑스 작가 벽면위 다양한 표현
크리스티앙 로피탈, 마음의 일종 - 상상, 2018, 벽에 흑연 분말
크리스티앙 로피탈 '마음의 일종 - 상상'.

6년 전, 부산 비엔날레를 찾았던 올리비에 들라발라드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장은 한국 현대 추상회화의 대표 장르인 '단색화'를 처음 만났다.

그는 "비엔날레의 특성상 국제예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은데, 사실 유럽 현지에서 보았던 것이라 크게 흥미를 못 느꼈다. 한국에 왔으니 정말 한국의 예술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단색화를 만났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단색화가 해외 미술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융성한 대접을 받지만,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미술사조였다.



단색화가 주는 예술적 감흥이 뇌리에 깊이 꽂힌 올리비에 관장은 2015~2016년 '한불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경기도미술관과 함께 프랑스 현지에서 '단색화전'을 선보였고 한국적 추상을 세계에 소개하는 기회가 됐다.

그 인연으로 이번엔 프랑스의 현대추상미술을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 오는 6월 17일까지 경기도미술관과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은 '그림이 된 벽' 기획전을 연다.

올리비에 관장은 "잘 몰랐지만, 한국의 단색화를 보고 새로운 예술을 접한 흥분을 느꼈다. 프랑스에도 단색화와 같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예술 운동이 있었고 프랑스 미술의 생기를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2년 여의 긴 준비시간만큼 그동안 국내에선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예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눈치챘듯이, 전시장 안에 캔버스가 따로 없다. 미술관의 벽이 캔버스다. 8명의 프랑스 작가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경기도미술관 벽에 자신만의 예술을 표현했다.

미셸 뒤포르, 회화를 떠나지 않은 형상  벽 배치, 2018
미셸 뒤포르 '회화를 떠나지 않은 형상'.

참여한 작가들 모두 프랑스 현대미술사에 기록될 만한 명성 있는 이들이다. 이들 작가가 탐구하는 예술사조는 '쉬포르 쉬르파스'로, 1960년 후반부터 1970년대 초 까지 프랑스의 전위적인 예술 운동이다.

올리비에 관장은 "회화가 프레임을 벗어나 공간을 어떻게 재창조하는가에 집중했다. 쉬포르 쉬르파스 운동의 첫 시작이 캔버스를 회화에서 떼어내는 것이었다. 이것은 작품이 사망하 거나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워지면서 또 다른 생명을 얻는다. 이것이 프랑스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평면의 벽 속에 숨겨진 지층을 찾아내 그 위에 색을 입혀 벽의 역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흑연 분말을 활용해 커다란 벽 한가득 자유롭고 즉흥적인 드로잉을 풀어낸다.

벽면에 불을 붙여 그을음을 남겨 추상적 패턴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에선 쉽게 접하지 못했던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이 미술관 벽 안에 살아숨쉬며 '예술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마침, 작가들이 미술관에서 작업을 하던 때는 세월호 4주기로, 미술관 앞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영결식이 있었다. 타국에서 마주한 안타까운 죽음에 작가들도 적잖게 영향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크리스티앙 자카르는 "본래 벽을 원상복구 하면 우리의 예술이 사라져야 하지만, 곧 있어 사라질 분향소가 영원히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에 작품을 남기기로 했다"며 예술로 추모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경기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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