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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소년등과(少年登科)'지 조선시대에 20세 이전 대과 통과는 불가능했다. 세조 3년 16세에 급제한 남이(南怡)는 무과라 가능했다. '신동'이었던 율곡 이이는 13세에 생원시에 합격했으나 대과는 29세에, 퇴계 이황도 31세에 등과했다. 이유가 있었다. 대과를 통과하려면 진사나 생원이 되기 위한 소과에 먼저 합격해야 한다. 소과에 통과해야 성균관 입학 자격이, 성균관에 300일 이상 출석해야 대과 응시자격이 주어졌다. 소과 시험엔 1만명이 넘는 유생들이 응시해 200여명이 합격하고 대과 통과 인원은 불과 33명이었다.

옛날로 치면 과거 급제와 같은 게 사법시험이었다. 개인 능력으로 사시만 통과하면 개천에서도 용이 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신분 상승 사다리였다. 대학 주변에 고시촌이 생겨나고, 용이 되기 위해 나이를 잊고 매진하는 '고시 낭인(浪人)'이란 말이 그래서 생겼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2009년 로스쿨이 도입됐다. 지난해엔 아예 사법시험을 없애 버렸다. '고려 광종 이래 1천년 넘게 순전히 시험만으로 인재를 등용하던 전통의 종말'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베일에 가려진 전국 25개 로스쿨의 '제 1∼7회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22일 공개됐다. 대한변협이 낸 정보공개 소송이 승소하면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대가 78.65%의 최고 합격률을 보인 반면 원광대는 24.63%에 그쳐 합격률이 3배가 넘는 극심한 편차를 보였다. 정원 50명에 불과한 수원 아주대는 지방대임에도 누적 합격률 91.9%를 기록해 4위, 올해 치러진 7회 시험도 68.12%로 4위에 올랐다. 교수진이 변호사시험 합격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일대일 개별 지도한 덕이다.



합격률 공개로 로스쿨이 '변호사 시험학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과도한 경쟁도 불을 보듯 뻔하게 됐다. 그래서 '사시부활론'의 목소리가 다시 쏟아져 나온다. '사시 낭인'이 '변시 낭인'으로 명칭만 바뀌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쟁률 공개가 옳았는지 의문이지만, 이제 로스쿨 통·폐합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논의할 시점이 된 거 같다. 근시안적인 해결책은 안 하니만 못하다. 멀리 보아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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