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대전환 시대에 진입한 대한민국

윤인수

발행일 2018-04-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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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기반으로 조직된 사회규범 급속 해체
4차산업혁명 세대의 통제 할 수 없는 세상
남북·북미정상회담, 한반도 정세 변화 예고
구성원 모두 대변혁 책임 나눠지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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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위원
정체를 대기는 힘들다. 확실한 건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직감이다. 격변과 전환이 일상이었던 대한민국이다. 전쟁위기설이 극성을 부려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던 국민이다. 그랬던 국민들이 나라 안팎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의미있는 사건들에 내포된 메시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차원 이동에 버금가는 대전환의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규범의 전환이다. 권위를 기반으로 조직된 사회의 규범이 급속히 해체되는 중이다. 권위가 권위로 대체되던 권위 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찰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시발이었다. 정상적인 선출권력의 권위가 시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해 무너졌다. '미투'가 뒤를 이었다. 고은, 이윤택. 오래 묵은 문화권력의 권위도 수렁에 빠졌다. 안희정, 정봉주. 진보권력 권위의 일각이 무너졌다. 대한항공 직원 1천여명은 SNS결사체를 만들어 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 추행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권위의 해체가 일상이 되고 크고 작은 권력의 붕괴가 속출하고 있다.

저차원 대 고차원이 대립한 결과다. 2차산업혁명 세대가 고리타분한 권위의식으로 4차산업혁명 세대의 대중을 통제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정보와 네트워크로 무장한 4차산업세대는 구세대의 규범과 권위를 부정한다. 조현아, 조현민 두 자매는 자기 세대의 규범에서 벗어나 아버지 세대의 규범에 갇혀있다가 불행을 자초했다. 슈퍼네트워킹 사회의 새규범을 만들고 있는 신세대의 분노는 잔인하다. 보수정치를 궤멸시켰다. 규범의 전환을 예고한 경고장이었다. 진보정치, 진보시민사회단체도 권위적 규범에 연루된 혐의가 확인되면 똑같이 당한다. "그래서 우리는 망했다"는 절규는 자유한국당의 몫이지만, 새 규범으로의 위치이동은 보수, 진보 모두의 과제다.

대전환의 기운은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서도 뚜렷하다. 마치 전례 없는 역사적 사건을 향해 특별한 우연과 인물들이 결집하는 느낌이다. 장난처럼 등장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더니 한반도 운명의 판관으로 등장했다. 제네바 유학파인 북한의 김정은은 지난해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은 더욱 극적이다. 역사의 신이 한반도 운명을 바꾸려고 필요한 인물을 모으기 위해 박근혜를 버렸나 싶어서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한반도 정세 대전환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연쇄 정상회담의 결과가 북한의 비핵화를 완벽하게 실현해내면 한반도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된다. 반대의 결과에 이른다면 북한핵 제거를 위한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회담 결과는 한반도라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도 새롭게 규정할테고, 우리의 공간의식도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 비핵화 평화체제 쪽이라면 반도의 반쪽에 갇혔던 대한민국의 공간적 제약이 크게 완화되면서 경제, 사회, 문화의 총량도 확대될 것이다.

전환은 혼란을 수반한다. 전례 없는 대전환의 시기라면 혼란의 규모와 범위도 그에 상응한다. 사회규범의 대전환은 삶의 방식과 태도의 수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미투에 걸리냐"는 어리석은 질문으로 시대의 전환을 조롱해봐야 혼자 고립될 뿐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단톡방에 혀를 차는 피해의식으로는 기업을 경영하기 힘들다. 보수정당의 과거에 견주어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유지하는 진보권력은 시대정신을 걸머질 수 없다.

국가의 운명이 대전환의 역사적 시공간에 진입하고 있다. 국가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앞에 놓여진 시대적 책무가 무겁다. 공동체 내부를 흔드는 사회규범 전환의 혼란을 극복하는 동시에 역사적 대전환의 시대에 대응하는 일이 가벼울리 없다. 어려운 시대에 무거운 과제인 만큼 동시대인으로서 대한민국 각계각층의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나눠지는 품앗이가 중요하다. 우리가 제대로 감당해 지금 겪고있는 사회규범 전환의 혼란을, 국가 대전환 시대를 예비해 주어졌던 시련이자 역사의 배려로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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