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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협상하며 산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일종의 협상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협상술은 큰 관심거리였다. 유대인들이 돈보다 지혜를 중시했던 것은 오랜 방랑을 통해 재산은 빼앗길 수 있어도 지혜는 빼앗아 갈 수 없다는 진리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협상에도 능하다. '상대방 정보를 많이 입수하고, 협상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라. 반드시 명심할 것은 서두르는 협상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다'(유대인의 협상술/작은 씨앗 간)는 유대인들의 몸에 밴 협상 철학이다.

외교에서 협상술은 절대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협상술 중 하나가 '벼랑 끝 전술( Brinkmanship )'이다. 북한이 핵을 앞세워 자주 쓰던 수법이다. 막다른 상황에서 초강수를 띄워 위기에서 탈출하는 전술이다. 상대방을 겁먹게 만들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으로 '공갈 전술'이라고도 한다.

'니블링(nibbling)'이라는 것도 있다.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작은 것 하나를 더 양보받아내는 기술이다. 좀 치사하긴 하지만 큰 물건을 사면서 싼 물건이나 작은 물건 하나를 덤으로 요구하는 경우다. 하지만 상대방이 더 노련한 협상가일 경우 곤란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그쪽에서 '카운터 니블링'으로 맞대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나 더 줄테니 하나 더 사가라"는 식이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이 이용된다면 '살라미(Salami) 전술'은 협상 과정에서 의제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술이다. 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드라이 소시지에서 따온 말로, 하나의 과제를 두고 이를 부분별로 쟁점화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 전술이다. 목적을 단숨에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그 대가를 받아냄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상대방은 속이 터지는 협상이지만 승률은 매우 높다.

오늘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난다. 어렵게 만든 자린데 사진이나 찍고, 만찬이나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 비핵화다. 협상이라면 닳고 닳은 북한이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 것인가. 길고 긴 여정이 시작됐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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