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국(保國) 선비를 기다리며

한원일

발행일 2018-05-0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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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절대 신뢰 위에서만
강한 국가는 비로소 가능한 것
해방 후 70년간 이룩한 성과
스스로 폄훼하지 말고
애국의 산물인 긍정적 유산
미래 통합 정신으로 계승해야


20160922책상앞에서한원일
한원일 인천부평으뜸포럼 대표
한 국가를 위해 전면에 나서 애쓰고 계신 분들은 위정자와 공직자들임에 틀림없다.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그분들의 보국을 위한 용기와 결단은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역사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 교육 등 전반적인 형세를 보면 정치인들이 내거는 정의와 원칙은 큰 울림이 없고, 인재들의 집합소인 관가에서조차 미래가 사라졌는지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 엘리트 관료의 열정과 헌신에 기초한, 관료시스템의 경쟁력이 허물어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이럴 때 온 국민이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9주년 기념일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찾은 조국을 위해, 선진들이 주창했던 다사리 정신에 주목하고 싶다. 모든 국민과 계층의 정치적 의사와 경제생활을 다 살린다는 뜻의 다사리 정신은, 보수와 진보 진영이 양분되어 대립 갈등하고 있는 현 상황을 아우르는 데 필요한 고유사상이다. 평택에서 태어난 독립 운동가이자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 선생이 내부적으론 민족통합과 외부적으로는 국제협력을 이뤄야 하는 시대에 한민족의 당면 과제로 주장했던 고뇌의 산물이다.

한편 조선의 성군이었던 세종은 국정 운영에 토론을 적극 활용하였다. 그는 임금과 신하들이 책을 읽고 국정운영을 논하는 경연(經筵)에 1천900여 회나 참석했으며, 신하들의 불경스러운 의견까지도 경청했다는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가 매우 크다. 일찍이 주자는 슬기롭게 생각하면 하늘의 이치를 알아 바른 행동을 하지만, 욕심에 사로잡히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했다. 우리 민족의 공존, 공생, 공동의 번영을 위해, 이 같은 선조들의 모습에서 구체적인 국가 발전 정책과 경제 성장 방안 그리고 백년대계인 교육의 목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진보 보수 노선을 떠나 모든 정당이, 자당 후보의 당선에 혈안이 되어 있다. 조선시대 궁궐 마당에는 시냇물이 흘렀다. 정치 공간에 들어설 때는 이 금천을 지나면서 마음을 정화했다고 한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지 20년이 된 우리는 아직도 법적 재정적 권한과 기능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라 하기엔 극복해야 할 한계가 크다. 지역의 균형 발전과 경제 활성화 인구 증대 등 국익 차원에서 토지 이용에 대한 권한과 환경 규제 철폐 등을 원칙적으로 자치단체에 허용한다면, 지방정부가 저임금과 노사분규의 자제 같은 조례를 제정하여 내외국인의 기업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세수가 늘고 복지지출을 확대해 인구와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이 시작된다.

일본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평소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아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아있다고 했다. 가령 2009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조선업 경기 침체 등으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잇달아 겪었던 대한조선은 뼈를 깎는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고용 유연성을 갖추어 분연히 살아났다. 소선(小善)은 사내 각종 복지혜택이고 비정(非情)은 관리직에 대한 희망퇴직과 임직원 인건비 10~40% 반납이나 삭감이었지만, 회사가 망하는 대악(大惡)을 피해 2016~2017년 2년 연속 흑자를 내며 구조조정의 모범생이 되었다.

또한 우리는 백성이 약해지면 나라는 강해지고, 백성이 강해지면 나라가 약해진다는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 상앙의 상군서(商君書)를 아는 국민이다. 아니다. 우리 국민은 강해져야 대한민국도 강해진다. 순자(荀子)는 백성을 물, 임금을 배로 보며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한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국민의 절대 신뢰 위에서만 강한 국가는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절반으로 여기며, 만년과 마무리에 전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방 후 70년간 난관을 헤치며 이룩한 성과를 스스로 폄훼하지 말고, 애국의 산물인 이 긍정적 유산을 미래 통합 정신으로 온전히 계승해야 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허한 사람이 산에 가면 그 산이 사람을 보듬어 주고, 이완의 에너지가 충만한 물에 가면 그 물이 열을 식혀준다. 산과 물이 융합되어 있는 봄비야말로 하늘과 땅의 융복합이다.

/한원일 인천부평으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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