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근로자는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이진호

발행일 2018-04-30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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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국가기념일인 '근로자의 날'
노동자 노고 위로·노사 협조 등 목적
설립취지 제대로 이행되는지 따져봐야
근로자는 노예도 하인도 아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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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는 근로자들에게 암흑기였다. 전쟁을 막 겪은 세대들이 두려워한 것은 배고픔이었다. 벌이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 박봉(薄俸)이라도 일만 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일자리는 목숨과도 바꿀만한 간절함이었다. 인권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 근로자들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했다.

특히 1970년대 여성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했다. 여성근로자들은 정상근무시간 이외에 잔업을 위해 각성제까지 복용하며 밤을 새워 일했으며 휴일에까지 연장근무를 강요받았다. 장시간의 고된 일, 잦은 밤샘작업과 휴일조차 쉬지 못하는 공장생활은 '인간다운 삶'의 포기를 의미했다. 몇몇 여공들은 못된 작업반장과 공장장의 음흉한 손길을 뿌리치다가 어렵게 얻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다. 성추행과 성폭행을 알려도 오히려 얌전하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 살인적인 노동강도 속에서 그들이 받는 돈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버스 안내양들은 퇴근할 때마다 소위 '삥땅'한 사람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속옷 차림으로 남자 직원들한테 몸 검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돈을 훔친 일도 있었으니 응당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화학제품을 다루는 노동자들이 독극물 중독으로 병을 얻어 사경을 헤매도 회사는 늘 작업 환경 때문이 아니라고 발뺌했다. 정부의 성장 위주의 정책, 이익에 눈이 먼 경영자들의 비인간적 노동착취가 빚어낸 비극이었다.

근로환경이나 대우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상당수 근로자는 70년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던 암흑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대한항공이 오너의 딸들이 저지른 '땅콩 회항', '물컵 폭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그룹의 회장 부인까지 현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을 일삼았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그뿐인가. 재벌 아들이 술집 종업원과 시비를 벌이다 다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인 그룹 총수가 경호원과 수십 명의 직원을 대동하고 술집에 찾아가 뺨을 때리고 권총을 휘둘렀던 일도 있었다. 노조를 불법적으로 와해시키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툭하면 "잘라버리겠다"는 입주자대표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과 대우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난을 살 정도다.

헌법에서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의 취지는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일부 몰상식한 기업주나 재벌들이 법과 제도 위에 있는 특수계급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는 한, 부(富)를 기준으로 한 사회적 신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질 만능 주의가 만들어낸 또 다른 비극이다.

5월 1일은 세계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기념하는 '메이데이(노동절)'다. 우리나라 정부는 1994년 3월 9일 '근로자의날제정에관한법률'을 개정해 공식적인 국가기념일로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했다. 근로자의 날을 정한 취지는 산업사회에서 근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며, 노사협조 분위기를 진작시켜 노사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근로자의 날 설립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따져볼 일이다. 근로자는 노예도, 하인도 아니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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