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 꽃, 꽃

권성훈

발행일 2018-05-0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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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 제 빛깔로/어우러 핀 공간이여



벌 나비 오건 가건/비바람에 맡겨 놓고



그 넓은 하늘을 안아/섰는 곳에 서 있다



눈서리 어둠 속에/견디어 밝힌 목숨



억겁을 수놓으며/가만가만 여는 희열



이 길목 어기찬 숨결도/감싸 웃는 꽃, 꽃, 꽃

이태극(191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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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행복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 웃음꽃이 피어나듯, 꽃이 만발한 곳에 행복한 얼굴이 있다. 거리 어디서나 만나게 되는 꽃은 '생김새 제 빛깔'이 다른 우리에게 "벌 나비 오건 가건/비바람에 맡겨 놓고" 다 같은 '생김새 제 빛깔'로 저마다를 맞이한다. "그 넓은 하늘을 안아/섰는 곳에 서" 작지만 크고, 적지만 많은 꽃을 보면 채우고도 비울 줄 모르는, 내 생각이 너무나 작아진다. 그렇게 지금 눈앞에 "눈서리 어둠 속에/견디어 밝힌 목숨"이 피어올린 꽃 송이송이가 '억겁을 수놓으며 가만가만' 말을 걸어온다. 얼마 있지 않아 사라질 우리의 삶도, 이 길목 어딘가에서 '어기찬 숨결'로 "감싸 웃는 꽃, 꽃, 꽃"이 되었으면.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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