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해당화

권성훈

발행일 2018-05-08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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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 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한용운(1879~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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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장미과에 속하는 해당화는 무려 높이가 1.5m되고, 꽃은 지름 6∼9㎝로 5월에 홍자색으로 개화한다. 봄의 끝에서 피어난 해당화는 그 크기와 빛깔만큼 양귀비꽃처럼 매혹적인 향기가 난다.

그리움, 원망, 미인의 잠결이라는 꽃말을 가진 이 꽃은 오지 않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다 붉게 피어나는 것이다.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라는 기다림과 그 뒤에 "야속한 봄바람"에 떨어질 때 까지 오지 않는 사랑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다. 시들어가는 사랑을 생각하며 시든 여인의 입술과 같은 꽃잎에 '너는 언제 피었니'라는 물음은 뒤돌아 갈 수 없는 연정을 아프게 물들게 한다.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되지만 셋도, 둘도 될 수 없는 혼자만의 '독백의 꽃'이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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