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동학대 문제 해결 위한 기준 필요

정근진

발행일 2018-06-0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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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접수 해마다 늘어나는데 비해
사례 관리 '보호전문기관' 전국 62곳뿐
효율성 제고 위한 실태·원인 파악 중요
기관 필요량 진단·기준선 마련 우선돼야


정근진 관장
정근진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지난해 12월, 한 아동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아동이 안전하게 복귀하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동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친부의 학대에 의해 사망한 후 야산에 유기된 것이었다. 전북 전주에서 발생했던 '고준희 양 사건'에 온 국민은 함께 분노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사건들이 매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인천에서 학대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맨발로 도망친 11세 소녀 사건, 2016년 아동학대로 사망해 암매장된 원영이 사건에 이어 2017년에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아동학대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2014년 9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아동학대 신고번호가 범죄신고 긴급번호 112로 통합되었다. 아동학대는 '범죄'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사례는 해가 지날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2016년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신고접수사례는 2만9천671건으로 2015년 1만9천203건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가 구축된 이후 최고 수치이다. 동 기간 인천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신고 역시 2015년 923건이었던 접수 건수가 2천350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기 아동 조기발견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면 신고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이렇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사례를 관리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대 속도는 더디다.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62개소뿐이다. 신규 설치는 매년 1~2개소 정도로, 늘어나는 아동학대 신고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더 나아가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사법적 접근과 가족의 기능회복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적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은 보건복지부 등 유관부처들과 합동으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진행하여, 아동학대 방지 보완대책을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아동보호체계 공공성 강화 방향과 더불어 내년까지 총 6개소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관심에는 반가운 마음을 표하고 싶으나, 중장기적으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와 계획, 예산 수반 계획 등이 빠져있어 아쉬움이 크다.

효과적으로 아동학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태와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에 총 몇 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 먼저 진단하는 과정, 즉 기준선 마련이 우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안정적 예산처, 예산 집행 근거 등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된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 학대피해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과 상담, 그리고 학대행위자에 대한 치료 등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진 복지서비스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사회가 아동이 안전한 사회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한다.

/정근진 인천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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