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재산권의 근본적 중요성

복거일

발행일 2018-05-11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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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해외 진출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문제는 경제적 판단아닌 정치적 이유라는것
정부, 요즘들어 세금 가파르게 올리고
시장영역 깊숙이 개입 자유경제활동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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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근자에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정부는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 선전한다. 아직 기억이 생생한 월남전에서 서로 치열하게 싸웠던 사이에선 대단한 변화다.

이런 변화는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빠르게 가까워졌다는 사정에서 나왔다. 작년 한국은 베트남에 477억 달러의 물품을 수출했다. 이제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베트남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므로,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터이다.

자연히 우리 기업들이 점점 많이 베트남에 진출한다. 베트남에 너무 쏠린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언젠가는 베트남에서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도 중국과 같이 공산주의 국가이므로, 이런 걱정은 기우라 할 수 없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래 견디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선 개인들이 직접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공동 소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소유할 따름이다.

재산권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압제를 부른다. 사회의 공동 재산을 공산당이 관리하니, 권력이 공산당에 집중된다. 자기 재산이 없는 개인들은 재산을 관리하는 공산당 간부들에게 매인 목숨들이 된다. 게다가 공산주의 사회의 명령경제 체제는 개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여지를 없애서, 개인들은 중앙 당국이 할당한 목표를 달성하는 존재로 전락한다.

이런 상황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처럼, 재산권은 법의 지배와 경제적 자유가 만나서 피우는 꽃이다. 재산권이 없으면, 인권도 없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서 요체는 재산권을 확고하게 세우는 것이다.

명령경제 체제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중국은 1978년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치 분야에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해서, 공산당이 국가보다 높다. 이런 모순을 품었으므로, 중국에선 재산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아무리 크고 견실한 기업의 총수라 하더라도, 권력자의 눈밖에 나면, 하루 아침에 모두 잃고 감옥으로 간다. 물론 인권도 확립되지 않았다. 중국 시민들은 늘 공산당 정권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사회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사람들이 나오면 그들은 어김없이 감옥에 갇힌다. 중국 부호들이 재산을 외국에 두려 애쓰는 데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재산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과 관리들의 자의적 판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발전해서 외국 기업들의 자본과 기술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자, 처음에 호의적이던 중국 정부의 태도도 점점 적대적이 되었다. 게다가 압제적 정권이 부추긴 민족주의적 열정이 무척 거세어서, 외국 기업들의 재산권은 늘 위태롭다.

공산당이 줄곧 지배한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을 본받아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아직 시장경제의 바탕이 되는 제도들이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로선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되도록 몸집을 가볍게 해서, 정부 정책이 덜 우호적으로 될 때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들로 진출하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세계 시장이 점점 긴밀하게 통합되는 터라, 생산 요소들의 값이 싼 곳들로 생산 활동이 옮겨가는 것은 합리적 적응이다.

문제는 적잖은 우리 기업들이 그런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우리 사회를 떠난다는 사실이다. 근년에 우리 사회에선 재산권이 점점 훼손되었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엔 재산권이 눈에 뜨이게 무너지고 있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재산권을 훼손하는 요인들은 주로 무거운 세금과 비합리적 규제다. 근년에 세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시장의 영역에 정부가 너무 깊숙이 들어와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막는다. 특히 노조를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태도가 갖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자기 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은 기업들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보다 불길한 징후는 드물다.

/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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