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휴대폰 요금이 너무해

박상일

발행일 2018-05-1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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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 무한경쟁속 소비자들은 큰 부담
이달말 2G·3G 통신비 원가자료 결국 공개
도대체 왜 원가 안 밝히는지 이유가 궁금
내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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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가끔 곰곰 생각해 본다. 몇 년 사이 씀씀이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게 무엇일까. 딱 떠오르는 게 통신비다. 우리 집 통신비는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3~4배가 뛰었다. 통신비 중에서 인터넷이나 IPTV 요금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휴대폰 요금이 유독 많이 늘어난 때문이다.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휴대폰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휴대폰 사용이 '통화'에서 '데이터' 위주로 옮겨가면서 생긴 일이다. 같은 기간의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휴대폰 요금이 늘어난 폭은 어마어마하다.

물론 휴대폰 요금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이동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달라진 통신환경도 한몫을 한다. 전화통화와 문자만 하던 휴대폰은 이제 인터넷 검색과 SNS는 물론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인터넷 뱅킹도 하는 '만능 재주꾼'이 됐다. 사용하는 사람도 '어른'에서 '온 가족'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집집마다 평균 20만원 혹은 그 이상의 휴대폰 요금을 내려니 부담이 크기만 하다. 어떤 이는 "휴대폰 밥값(요금)이 주인인 사람들 밥값보다 많아"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휴대폰 요금이 늘어나면서 불만이 쌓이자 문재인 정부는 휴대폰 요금을 낮추는 정책에 팔을 걷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통신비를 덜어드리겠다'고 내놓은 바 있어서, 휴대폰 요금 문제는 현 정부가 꼭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기업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돈을 버는 것'인데, 수익과 가장 직결되는 요금을 쉽사리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서 통신비 공약 중 핵심인 '기본요금 폐지'를 뒷전으로 밀어내기도 했다. 정부는 그 대신 통신비 지원금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통신사들은 실적이 나빠졌다고 아우성이다.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이 3천255억 원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20.7%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T도 영업이익이 4.8% 줄었고, LG유플러스는 7.5% 감소했다며 울상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통계들은 여전히 우리나라 통신비가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핀란드의 경영컨설팅업체 리휠이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4G LTE 스마트폰 요금제를 기준으로 1기가바이트(GB) 당 가격이 한국은 13.9유로(약 1만7천900 원)로 조사국가 41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GB 당 2.9유로였고, 미국은 1GB 당 7유로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런 통계를 대면 통신사들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통신환경과 각종 할인제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맞선다. 맞다. 우리나라 통신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견줄 만 하다. 이런저런 할인이나 혜택도 많다. 하지만 그것은 통신시장에서 무한 경쟁하면서 각 통신사들이 스스로 앞다퉈 벌인 일들이다. 마음대로 엄청난 투자를 해놓고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쓰라는 격이다. 소득이 많지 않은 서민들은 이런 비싼 요금이 큰 부담이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까지 통신비를 내리려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적당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은 박수를 쳐줄 만 하다.

뉴스를 보니 빠르면 이달 말 2G·3G 통신비 원가자료가 공개된다고 한다. 긴 법정 싸움 끝에 시민단체가 소송에서 이긴 덕이다. 통신사들은 끈질기게 공개를 거부해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국민들은 궁금하다. 도대체 원가를 공개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다른 나라도 다 하는 서비스의 원가를 굳이 숨기는 것은, 내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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