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日 가족심리전문의
모녀관계 해설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세대·성별 다른 두 시인 엮은
아버지 詩·산문 '당신은 우는 것 같다'
상처를 주고 받지만 결국 끌어안고 함께 걸어가야 할 존재, 가족의 민낯을 알려주는 책을 통해 가족을 다시 생각한다.
"내 배속에서 나온 널, 내가 모르겠니?" "전부 너 잘 되라고 그런거야" 엄마의 한마디에 마음이 복잡해지는 딸이 있다.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가야마 리카 지음. 걷는나무 펴냄. 220쪽.1만3천500원)'는 다정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일상의 고민을 나누는 모녀 안에 감춰진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저자 가야마 리카는 30년 간 가족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치유한 '가족심리전문의'다.
저자는 "나를 찾아온 여성들은 어깨 위에 무거운 돌이 얹혀있는 것 같다고 통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상당 부분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엄마에게 폭력이나 학대를 당한 딸이 아니다. 오히려 엄마의 정성과 사랑 속에 소중하게 길러진 딸이다.
그런데 왜 딸들은 괴로워할까. 저자는 직접 경험한 임상사례 뿐 아니라 영화, 신문 속에 등장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그 저변에 깔린 감정을 하나하나 살피고 진단한다. 그리고 엄마와 딸의 건강한 관계를 모색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엄마도 딸에게 상처를 준다"고 말하며 모녀 간에도 숨통을 틔워 줄 거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성별도 다르고 세대도 다른 두 시인이 '아버지'의 시를 재해석하며 아버지의 초상을 새롭게 그렸다.
특히 책은 최초 시 큐레이션 앱인 '시요일' 1주년을 맞아 시요일의 안목으로 엄선한 '아버지'에 관련된 시를 모아 출간했다.
"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시작되는 책은 아버지를 마냥 존경하거나 연민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저 시를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와 닮은 나를 성찰할 뿐이다.
아버지를 느끼는 저자들의 미묘한 감정은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아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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