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재 망가뜨린 수원시의 이상한 행정

수원시는 지난 2009년 문화재인 '노송지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옛길을 폐쇄하고 대체도로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화재보호 규제를 완화했고, 옛길에서 불과 12m 떨어진 곳에 대체도로가 개설됐다. 27기에 달하는 공적비는 뽑혀 없어졌고, 경기도 지정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훼손됐다. 도로 건설비용 56억원은 민간이 부담했고, 인근 땅 주인들은 농지가 대지로 바뀌면서 재산상 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전 경기도의원 2명은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수원시가 왜 이런 일을 추진했는지 의문이다.

'이목지구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시행사 2곳은 지난 2009년 수원시에 노송로 이전 개설 등의 내용이 담긴 도시계획(안)을 접수했다. 이들 시행사는 도로 개설에 따른 토지·지장물 보상비와 공사비 56억원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다. 시는 경기도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옛길을 폐쇄하고 바로 옆에 편도 2차로 도로를 개설, 2016년 6월 준공했다. 시는 노송 69그루를 심은데 이어 500그루를 추가로 심는 등 노송 후계목 증식사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도로가 바로 인근에 개설되면서 "왜 옛길을 막고 새 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옛길을 따라 늘어서 있던 공적비들이 사업제안 전에 뽑혀 창고에 방치됐던 사실이 밝혀져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업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돼 사법 처리된 사실도 드러났다. 경인일보가 입수한 심의 자료와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도 문화재위원회 당연직 위원이었던 도의원 2명은 민간사업자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심의에서 규제는 완화됐고, 이들 의원은 2015년 각각 징역 3년 6월 및 벌금 9천만 원,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멀쩡한 공적비들은 시 공무원들이 새벽녘에 뽑아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민·관·정이 함께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노송지대 복원사업은 멀쩡한 문화재만 망가뜨리고 신설도로 인접 토지주 이익만 챙겨준 꼴이 됐다. 정작 노송지대는 황폐한 흉물로 변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책론과 배상, 문화재 복원은 어렵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해당 공무원들은 퇴직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원상복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의 태도가 뻔뻔하고도 몰염치하다. 이런 행정을 하면서 어찌 시민들 볼 낯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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