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정치인의 인격

윤인수

발행일 2018-05-17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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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론'에서 "한나라의 국력과 산업 그리고 문명은 개인의 인격에 달려있다"며 "법률과 제도는 다만 인격의 자연적인 결과"라고 인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스마일스 당대의 영국은 산업혁명을 주도해 해가 지지않던 시절을 구가했다. 짐작컨대 급격한 경제 발전은 도덕적 타락을 수반했을테고, 스마일스는 국력에 걸맞은 국격이 국민 개개인의 인격을 통해 구현될 것으로 확신했을 것이다.

스마일스는 인격을 갖춘 신사(紳士) 감별법으로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꼽았다. "자기 보다 약한 사람에 대한 신중함과 관용, 친절이 신사로서의 인격을 판단할 중요한 기준"이라며 프랑스 시인 라 모테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어느날 시인이 거리에서 한 젊은이의 발등을 밟았는데, 그는 무턱대고 시인의 뺨을 때렸단다. 라 모테 왈 "당신은 내가 소경이라는 것을 알면 반드시 이런 행위를 후회하게 될거요." 무안함에 새빨개진 그 청년의 얼굴이 저절로 그려진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미숙한 인격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수없이 목격하는 시절이다. 대한항공 세모녀는 소위 갑질로, 사회적 비난과 대중의 공분을 샀다. 수 많은 문화권력자와 정치권력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희롱한 사실이 밝혀져, 자기 분야에서 평생 쌓아온 업적과 평판을 스스로 매장시켰다. 이들의 자멸적 인격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회의와 의심으로 확산된 건 더 큰 손실이다. 일부 인사의 미숙한 인격이 초래한 재앙이 이처럼 무섭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일 계속되는 여야 정치인들의 말폭탄도 바닥 수준 인격의 증거이니, 한국 정치는 인격의 수준 만큼 국민의 불신을 받는다. 이 와중에 최근 경기도지사 선거전이 '인격검증' 공방으로 과열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형수욕설 음성파일'을 이유로 이 후보의 인격을 문제삼았다. 이 후보는 '개인의 불행한 가족사'를 이용하는 남 후보의 인격이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음성파일이 공개될 지 모르겠으나, 공개되면 파장은 클 것이다. 형수에게 욕을 한 이 후보의 인격이 심판받을지, 타인의 가족사를 공개한 남 후보의 인격이 역풍을 맞을지 궁금하다.

존 러셀은 "영국 사회의 특징은 천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정작 인격자들의 지도에 따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준수한 인격의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정치의 현실, 참 괴롭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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