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주는 인천이야기·19]바다의 신호등 항로표지시설(下)

언제나 그 자리에 보석같이 빛나는 안내자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18-05-24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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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부표1
해상교통의 안전을 도모하고 선박 운항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바다에 설치해 선박의 지표가 되는 시설을 항로표지시설이라고 한다. 올해 3월 31일을 기준으로 인천항에는 정부가 설치한 331개의 항로표지시설과 민간이 설치한 394개를 포함해 모두 725개의 항로표지시설이 있다.

불빛·형상·음파·전파 이용 항로 알려주는 시설… 인천항에만 725개 설치
8명으로 구성된 해수청 관리팀 태양 전지판·축전지 전압 정기적으로 체크
스마트폰 앱 기술 도입·테스트 단계… 다양한 상태정보 간편하게 확인 가능
100년넘는 역사 간직한 팔미도 등대·백암등표 등 지켜야할 '근대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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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9시30분 인천항 역무선 부두에 안개가 걷혔다.

"오늘 작업 계획대로 진행합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소속 항로표지선 '인성2호' 이재철(41) 선장이 안개로 작업 여부가 불투명했던 항로표지시설 점검을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동료들에게 알렸다.

선장을 포함한 8명의 승조원은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각자 필요한 짐을 챙겨 역무선 부두에 묶여 있는 배로 향했다.

오전 9시50분. 모든 승조원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출항 전 선박 점검을 마쳤다. 항로표지선의 시동을 걸고 부두에 묶인 홋줄을 풀어 출항하기까지 20분이면 충분했다.
출항 후 5분 정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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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흔들리는 등부표 위에서 해야 하는 점검은 위험한 작업이어서 항로표지점검원 이외의 항로표지선 모든 승조원이 함께 돕는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저 앞에 보이는 초록색 표지가 등부표라고 부르는 항로표지시설입니다. 배들에는 중요한 길잡이가 됩니다."

땅 위에 길이 있고 교통 표지판과 신호등이 있는 것처럼 바다 위에도 항로가 있고 그 길을 표시하는 시설이 있다. 이를 항로표지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등대가 바로 항로표지시설 가운데 하나다.

항로표지 방식은 불빛과 형상을 이용하는 '광파표지', 형상과 색을 이용하는 '형상표지', 청각에 의한 '음파표지', 무선을 쓰는 '전파표지', 그 밖의 '특수신호표지' 등으로 나뉜다.

광파표지에는 등대·등주·등표·등부표 등이 있고, 형상표지에는 입표·도표·부표 등이 있다. 음파표지는 전기혼·공기사이렌·모터사이렌·종 등이며, 전파표지는 라디오비콘·레이더비콘·위성항법정보시스템(DGPS) 같은 것들을 말한다.

'등'이라는 글자가 있으면 야간에 불빛이 들어오는 항로표지고, '부'라는 글자가 있으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광파표지는 빛, 형상표지는 형태와 색깔, 음파는 소리, 무선은 전파를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인천항에는 총 725(사설 표지 포함)개의 항로표지가 설치돼 있다.

인천해수청은 정기적으로 관할 구역의 바다를 돌면서 331개 항로표지 시설을 점검하는 항로표지선 2척을 운영 중이다. 항로표지선 1척에는 항해사 3명과 기관사 3명 그리고 항로표지관리원 2명이 탑승하는데 이들이 한 팀을 이뤄 작업한다.

이날 인성2호의 첫 점검 대상은 인천항24호 등부표였다. 멀리서 보면 자그마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적어도 어른 두 사람 키 높이를 넘어 보였다. 바다 위를 떠도는 것 같지만 바닥에 무거운 추가 있고 굵은 체인으로 연결돼 있어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재철 선장이 인성2호를 조심스레 등부표에 가까이 댔다. 승조원들은 밧줄로 등부표와 배를 묶어 고정했다. 바다가 출렁거릴 때마다 등부표와 배가 부딪히며 '끼익'하는 소음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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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식 항로표지관리원이 등부표 태양전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물을 닦아내고 있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신덕식(39) 항로표지관리원은 "오늘은 바다가 무척 잔잔한 날이다. 매일 오늘만 같으면 이 일도 할만할 텐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많다고 한다.

빨간 구명조끼를 입은 신덕식 항로표지관리원은 등부표에 안전고리를 걸고 날쌘 몸놀림으로 등부표에 올라가 사다리를 타고 상부에 올라갔다.

등부표에 전력을 공급하는 태양전지판에 묻은 갈매기 배설물을 닦아내고 등명기가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동시에 밑에서는 김진호(39) 항로표지관리원이 등부표에 올라 테스터기로 바닥에 깔린 축전지의 출력 전압을 체크했다. '14V(볼트)' 출력 전압을 확인하고 뚜껑을 닫았다.

"출력 전압이 낮으면 축전지를 교체해야 한다. 축전지 무게가 20㎏이 넘기 때문에 축전지 교체 작업도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고 김진호 항로표지관리원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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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항로표지관리원이 등부표 바닥에 있는 축전지 전압을 전압계로 확인하고 있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점검을 마치고 다음 점검 대상인 인천항21호 등부표로 뱃머리를 돌렸다.

항로표지선은 인천항21호 등부표에 가까이 접근해 엔진 출력을 낮췄다. 이번 점검은 방금 이전의 점검 방법과 딴판으로 이뤄졌다. 등부표에 배를 묶지도 않았고, 점검원이 올라타지도 않았다.

대신 신덕식 항로표지관리원이 뱃머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했다. 이 등부표는 최근 개발된 최신형으로, 현재 상용화하기 위해 테스트 중인 시설이다.

항로표지관리원의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방식으로 연결돼 등부표의 각종 상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설계됐다.

신덕식 항로표지관리원 스마트폰 화면에는 등부표 ID와 전압·전류, 램프 작동 상태, 축전지 전압,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됐다. 스마트폰 앱으로 등명기 램프를 껐다 켰다 반복하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는 간단하게 점검을 끝냈다.

지금은 항로표지시설을 간편하게 스마트폰으로 점검하는 시대에 이르렀지만, 인천항에는 100년 넘는 세월을 버텨온 항로표지시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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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등부표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으로 등부표의 작동 상태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우리나라 최초 역사를 간직한 채 100년을 버텨온 팔미도 등대를 비롯해 벽돌로 쌓아올린 백암등표(1903년), 북장자서등표(1903년), 부도등대(1904년) 등이 있다.

등부표
모두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근대문화유산이다.

인천항 내항에 설치된 조류정보전광판(2005년)도 전국 최초로 설치된 항로표지시설이다.

등대 전문가인 강현 제주대학교 석좌교수는 오랜 역사를 품은 인천의 이들 항로표지시설을 오래도록 지켜갈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천 앞바다에는 돌을 다듬어 귀족풍으로 갈고 닦은 등대가 줄줄이 숨어 있으니 보물섬의 전설을 가슴에 묻어두고 길이길이 이어갈 일이다. (중략) 100주년의 회년을 넘어섰으니, 이제 200주년 회년까지 이어갈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주강현 著 '등대문화사' 中)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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