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인천 남동산단 주변에 자리잡은 다국적 상점들

외국인 밀집지역도 '한국' 공존의 퍼즐 맞춰야
전문가 "막연한 불안감·인종적 편견 작용땐 내국인들과 소통 단절 '게토화' 우려"

이현준 기자

발행일 2018-05-25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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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곡중 150m 거리 식료품점 등 10여개 몰려
부평산단 인근과 거북시장 중심에도 증가세
인천 외국인 6만여명… 남동·부평·서구 집중
게토화 진행은 낙후·주민갈등 부정적 측면 커
생성 단계부터 정책·제도 지원으로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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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인천지역 중소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 주민 수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전문 상점가가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타국에서 녹록지 않은 일상을 보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 등 인천지역 외국인들이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쉼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석가탄신일인 지난 22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논곡중학교 인근 상가 주변에선 삼삼오오 어울려 거리를 오가며 휴일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슈엔스토리 논곡중학교 부근 외국인 상점 거리
인천지역 공장 지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 주민을 상대로 한 전문 상점가가 자생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외국인 대상 상점이 다수 들어서고 있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인근 거리 모습. 이곳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태국 등의 국가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이 일대 150m 정도 거리 안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상점이 10개 가까이 몰려 있다. 상점 간판들도 이국적이다. '아시아 모바일'(휴대전화 가게), '카바얀 포린 마트'(할랄 식료품점)를 비롯해 미용실 간판에도 '러시아'가 들어가 있다.

뒤편 상가에 들어선 음식점들은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고기와 러시아 특유의 향채를 넣어 누린내를 없앤 러시아 전통 만두 '벨메니'와 우즈베키스탄 음식 '라그만'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등의 현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도 있다.

이곳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는 "남동산단에 다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 동네 빌라 등에 많이 산다"며 "주변 외국인 음식점들은 주로 현지에서 온 분들이 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 출신 근로자들이 주로 물건을 구입하러 오고, 동남아 지역 출신들도 더러 온다"며 "요샌 경기가 안 좋은 편인데, 2~3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을 두고 가게를 운영할 정도였다"고 했다.

인근 다른 상점 주인 최모씨는 "정확히 언제부터 이런 외국인 상점들이 생겼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늘었다"며 "남동산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이 일대에 많이 사는데, 그 때문으로 안다"고 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부평산단이 가까운 경인전철 부평역 일대에는 미얀마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상점들이 들어서고 있고, 중소 규모 공업지역이 많은 서구 석남동 거북시장을 중심으로도 외국 음식 식료품점 등 외국인 대상 상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산단 등 공업 지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생활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상점들이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인천에 살고 있는 외국인 주민 수는 2012년 4만7천명에서 지난달 말 6만4천명으로 2만명 가까이 늘었다. 인천 동구 주민 수가 6만8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하나의 기초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인구 규모로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인천의 경우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경기와의 접근성이 높다는 점, 외국인 근로자들이 좋아하는 '도시형 공장'이 많다는 점에서 선호 생활지역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인천지역 6만4천여명의 외국인 주민 가운데, 60% 가까운 3만6천890여명은 남동구와 부평구, 서구 등 세 곳에 살고 있다. 외국인 전문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과 맞아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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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별로는 중국이 2만7천명(약 40%)으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베트남이 7천명(약 10%) 정도다.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필리핀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몽골,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 외국인도 국가별로 1천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인천지역 외국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인천에 사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점들이 늘어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안산, 시흥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모여드는 지역의 '게토(ghetto)화'를 우려하고 있다. 게토는 중세 이후 유럽 각 지역에서 유대인을 강제 격리하기 위해 설정한 유대인 거주지역을 의미하는데, 국내에선 내국인들과 소통이 단절되는 외국인 밀집지역이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외국인 밀집지역이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인종적 편견이 작용해 내국인들이 꺼리는 배타적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걱정이다.

게토화가 진행될 경우 해당 지역이 고립·낙후될 수 있고, 주민 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사회적 부담이 커지는 등 지역 발전에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밀집지역 생성 단계부터 정책적인 관리를 통해 게토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외국인력지원센터 황인경 상담통역팀장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서울과 경기의 일부 지역은 이미 늦은 밤이나 주말 같은 경우 내국인들이 해당 지역을 찾지 않는 게토화가 진행 중"이라며 "게토화는 해당 지역 발전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인과 내국인 간 소통 폭과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 서남권인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관악구, 동작구 등은 중국 동포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역 낙후 우려가 커졌다. 중국 동포와의 갈등 탓에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이 지역이 중국 동포들만 생활하는 고립된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한국과 중국의 문물 교류 중심이자 한국인과 중국 동포가 상리공생(相利共生) 하는 생활 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연구 중이다.

외국인 주민 수가 3만명 정도 되는 경남 김해시는 지역 전통시장인 '동상시장'을 내외국인이 함께 즐겨 찾는 공간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시장 곳곳에 한글은 물론 영어와 베트남어, 중국어 등이 함께 적힌 안내판을 설치하고 최근엔 여러 나라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다문화 쉼터와 홍보관도 만들었다.

이들 정책을 바탕으로 동상시장이 인기를 끌면서 젊은 층 고객도 늘고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소통하고 상생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 시는 그동안 외국인들의 창업과 일자리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춰 지원 정책을 펴왔다"며 "외국인 근로자 등 외국인 주민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

5월20일은 다양한 민족·문화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된 '세계인의 날'이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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