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평양 황소이야기

김민규

발행일 2018-05-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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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한우보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 내는
올레인산·유리 아미노산 많을것으로 추정
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돼 대량 증식으로
평양냉면 감칠맛 같이 평화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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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뜻밖의 '평양냉면' 열풍이 불고 있다. 회담 만찬 메뉴에 평양 옥류관에서 직접 공수한 냉면이 올랐기 때문이다. 평양냉면의 맛은 무엇보다도 육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평양의 황소를 이용한 육수는 단연코 최고라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들은 모두 최고의 한우를 이용한 육수를 이용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한우의 품질은 음식의 고유한 맛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전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평양에는 이른바 '평양 황소'라 불리는 품종의 소가 존재하였다고 한다. 이 평양 황소의 뛰어난 육질과 맛이 평양냉면을 지켜온 비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황소도 북한의 대황소를 표현한 작품으로 북한의 소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었으며, 북한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민속씨름경기에도 대황소를 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례들은 아마도 북한의 대황소는 그들의 정서와 민족성을 대변하는 일종의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동물일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이번 평양냉면의 이슈를 접하면서 북한의 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일본의 조선대학 교수에게 평양 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그 교수는 이미 정년을 한 후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노(老)교수로, 북한을 자주 드나들며 북한의 희귀동물에 대해 연구한 학자이기에 북한 내부의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양 인근 지역에서 꽤 유명한 황소를 키우는 지역이 있는데, 이를 북한에서는 평양 황소라 부른다'고 하였다. 북한에는 농경을 담당하는 일소와 고기를 제공하는 고기소가 있는데 이 중 평양 황소는 고기 맛이 뛰어난 고기소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 소를 일본으로 데려가 지금의 화우 품종을 만들고 뛰어난 맛을 지니도록 하는데 기여하였다고 한다.

외모는 황소의 경우 머리 쪽이 검은색을 나타내고, 피부는 약간의 얼룩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나라의 칡소와도 비슷한 생김새를 지녔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평양황소는 고려시대부터 명맥을 이어 온 고기소로 맛이 일품이지만 지금은 그 수가 매우 적어 보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우는 약 300만 두로 그 중 칡소는 6천여 두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울릉도 칡소를 제외하면 내륙의 칡소는 매우 적은 두수가 사육되고 있다. 각 시도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를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나 일반 한우 보다 번식 속도가 늦어 그 수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어서 일반인들이 맛보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지난해 아산의 칡소단지와 번식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면서 칡소의 고기 맛을 본 적이 있는데, 일반 한우 보다 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평양의 황소도 이러한 맛이었으리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소고기의 맛은 고기가 함유하고 있는 지방산과 아미노산의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평양 황소의 경우에도 고기의 풍미에 관여하는 올레인산과 유리 아미노산이 풍부한 품종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남북관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북한의 자원개발에 관심을 갖는다면 평양소의 증식은 우리나라 한우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DMZ에 '평양황소 대량 증식센터'를 만들어 우리 소의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우수한 한우의 개량으로 이어져 농가소득과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제 평양냉면은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평양 황소의 증식으로 인한 한우의 개량이 평양냉면의 감칠맛과 깊은 사골국 같이 진한 평화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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