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북미회담 불씨…'비핵화 어떻게' 견해차는 여전

AP "회담 개최여부 무관하게 양국정상간 '거대한 심연'…이견조율이 관건"
전문가들 "북한도 미국도 준비 안됐다", "실무 관료들이 먼저 나서야"

연합뉴스

입력 2018-05-26 16: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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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소 선언으로 꺼진 듯했던 6·12 북미정상회담의 불씨가 불과 하루 만에 되살아나면서 '세기의 핵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수에 곧바로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담화를 내고,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회담 준비 작업이 거의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모양새이다.

심지어 회담 날짜와 장소까지 그대로 원상회복될 수 있음을 시사해 이틀 간의 '외교 롤러코스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에 해당하는 북한 비핵화의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근본적인 견해차는 그대로라는 지적도 있다.

AP 통신은 26일 '정상회담이 열리든 안 열리든, 핵과 관련해 거대한 심연(gulf)이 미국과 북한을 갈라놓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양국 정상은 여전히 북핵 협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관해 큰 틈을 벌린 채 단절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이어졌던 양측의 '말의 전쟁'의 기저에는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차가 자리한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로 상징되는 즉각적인 핵폐기를,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이라는 점진적 조치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사전에 이견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물론 회담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라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AP에 최근 북미 사이의 언쟁과 관련해 "큰 사냥감을 기대하고 기죽이는 말을 주고받은 것처럼 볼 수도 있다"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보다 더 심각한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은 (회담에) 나와서 모든 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미국도 모든 것이 마무리되기 전에 일부에 대한 보상으로 어떠한 제재도 완화해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북한과의 1.5 트랙(반관반민) 대화에 참가해온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비핵화에 있어서 미국과 북한 사이의 거대한 차이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의 숨은 이유"라고 말했다.

게다가 북한이 대미 공세를 자제하면서 다시 정상회담 복원에 협조하는 가운데서도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에는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화해 담화'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북미)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 미국식의 일방적 비핵화 요구에는 여전히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국방장관실 보좌관을 지낸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해 북미 양쪽이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단계를 밟아나가는 단계적 절차를 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는 북한이 미국의 커다란 양보 없이는 핵 프로그램 포기를 고려하지 않겠다거나, 핵무기를 포함한 미군의 전략 자산도 이번 대화의 일부로 포함해야 한다는 등의 기습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단계적 비핵화 절차란 전임 행정부들의 실패한 협상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AP는 내다봤다.

변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자신의 업적으로 여기고 노벨평화상 기대까지 부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회담 취소 발표 직전에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단계적 비핵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명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리비어 전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정상회담에 동의하기 전에 먼저 이뤄졌어야 할 일이 바로 지금 필요하다"면서 실무 관료들이 먼저 커다란 견해차를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