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반도 비상국면 보여준 주말 외교대첩

경인일보

발행일 2018-05-28 제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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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늦저녁부터 27일 아침까지 4일에 걸쳐 숨가쁘게 이어진 남·북·미 외교대첩은 현재 한반도가 처한 비상국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 서한 발표로 시작돼 전격적인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외교사태는 전례없는 것이었다. 국민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남북미 외교전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북한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사과성 대화의지 피력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6·12 북미회담 재추진 의사 표명으로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큰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전개된 외교사태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거대 담론의 실현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처한 입장과 역할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살필 기회가 됐다. 북미는 정상회담을 앞둔 치열한 기싸움 과정에서 중재외교를 자임한 우리의 입장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미국이 회담취소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측이 양측의 대치상황을 관리한 흔적은 미미하다. 미국은 오히려 한미정상회담 직후 북미정상회담 취소결정을 발표했을 정도다. 2차 남북정상회담도 미국을 달래기 위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로 성사됐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종전선언, 북미수교 및 북한체제 보장의 전제인 CVID(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식 북한 비핵화가 온전히 북미 정상회담에 맡겨진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CVID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미국이 실무협상 과정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VID는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대전제이자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이같은 핵심의제를 미국의 협상력과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또한 CVID는 정상회담 취소 소동을 빚었을 정도로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의제다.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언제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6월1일 남북고위급회담과 군사당국자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등 적지않은 성과를 만들어낸 점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북미간의 CVID 협상에 따라 한반도 정세와 우리 내부가 흔들리게 된 상황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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