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한반도 평화, 이제 지루한 성공의 길 택할 때

김명호

발행일 2018-05-3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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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지난 주말 사이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쳤다. 24일 진행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이어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26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다시 불씨가 살아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소식 등 불과 며칠 사이 수년간 겪어야 할 일이 한 번에 일어난 것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국내 정치권과 언론 또한 롤러코스터에 동승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몇 시간 사이 정 반대의 기사와 논평 등을 쏟아내며 국민들을 더 혼란에 빠뜨렸다. 24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자 언론과 각 정당은 한반도 비핵화의 첫발을 뗐고 북미 정상회담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도와 논평 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하자 일부 야당은 이런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외교 참사', '문재인 운전자론 실패',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 교체' 등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언론 또한 '북미정상회담 무산'이란 제목 하에 한반도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보도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제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다시 장밋빛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가 마치 '쇼'나 영화를 관람하듯 이렇게 가볍게 다뤄져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극적 반전', '성사 아니면 실패' 등 이번 사안을 보는 시각이 너무 가볍고 이분법적이다. 주말 사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여러 소식을 접하며 문득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칼럼집 '파국론에 등을 돌리고'가 떠올랐다. '이분법을 넘어 우리가 걸어야 할 지루한 성공의 길을 토의하다'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최 교수는 이념의 좌·우를 떠나 파국을 향해 달리는 양분법과 극단론에서 벗어나 느리지만 착실히 우리 사회를 진전시켜 나가자고 주문한다.

'한반도 평화'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기 위해 이제는 멀미가 날 만큼 오르락내리락 쾌속 질주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와 지루한 성공의 길을 택해 뚜벅뚜벅 걸어 나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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