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과 천사

권성훈

발행일 2018-06-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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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득했다//

꽃과 천사가

한마을에 살았다//

사랑이 구름 같은 꽃은

'사랑'이란 말을 하게 되었고//

눈물이 많은 천사는

파도처럼 울다가

눈물이란 말을 못 찾고 말았다//

그때부터

말하는 꽃은 천사가 되고

말을 못하는 천사는

꽃이 되었다

황금찬(191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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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신화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있었던 사실보다 더 초극적이다. 이것은 모든 만물의 기원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찾아주기도 하면서 인류 보편적인 심상을 발견하는 원형으로서 작동된다. 또한 현실에서 '있어야 할 것'과 '있는 것'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있어야 할 것'을 통해 '있는 것'을 수정하는 형태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이 시처럼 아주 아득한 옛날 한마을에 꽃과 천사가 살았는데, "말하는 꽃은 천사가 되고/말을 못하는 천사는/꽃이"되었다. 꽃은 '사랑'이란 말을 찾았지만, 천사는 '눈물'이란 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꽃이 된 천사는 또다시 '사랑'이라는 말을 찾거나, 누군가 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말 못하는 꽃을 위해 '꽃말'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꽃의 특징을 중심으로 국가나 민족, 시대에 따라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꽃말이 생겨난 것처럼, 우리 주변에 말 못하는 누군가의 말을 찾아주는 것은 신화를 창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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