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지부작족(知斧斫足)

고재경

발행일 2018-06-1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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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한국사령탑 신태용호에게
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 매우 간절하기만
2002년 열기의 재현 기원하며
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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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지부작족(知斧斫足)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이다. 신뢰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도리어 배신당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권력욕의 화신인 로마 시저가 양자 브루투스로부터 암살당한 것은 지부작족의 전형적인 예이다. 이와 같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경우는 특히 남녀 연인 사이에 무수히 발생한다.

걸그룹 베이비복스가 부른 '배신'(작사:양재선 작곡:김형석)의 노랫말에서 지부작족의 예를 살펴보자: '너 없는 세상도 눈부신 걸 알아/더 이상은 너만을 바라보던 내가 아니야'. 화자는 연인으로부터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황에 처해 있다. 그는 과거에 오직 한마음으로 연인만을 애모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덧 세월이 흘러 현재 그녀는 이별의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연인을 지난날처럼 더 이상 연인으로 부를 수 없고 의지할 수도 없다. 즉 연인에게 '줄 수 있는 마음'조차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연인을 영영 '떠나는 일 뿐'이다. 더 나아가 그녀는 '고맙게도 떠나는 날 잡지 않을 너'라고 빈정거리며 연인을 신랄히 조소한다.

화자에게 있어서 연인은 '사랑했던 나'와 '함께한 우리 기억 따윈' 없는 존재라고 잘라 말한다. 다시는 '나를' 돌아보지 말고 '기억'을 모두 잊으라며 허탈한 심경을 숨기지 못한다. 또한 자신을 완전히 아름다운 옛 추억 속에서 지워달라고 배신한 연인을 힐난한다. 헤어짐의 문턱에 서있는 지금 이 순간 화자는 애처롭게 이렇게 자조하며 말한다: '돌아서면 그만인 이별까지 아름다울 필요는 없잖아'. 이제 그는 '믿지 못할 사랑의 끝'조차 슬프게 느끼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지나간 박제된 기억들이 현재 자신을 비웃으며 조롱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연인에게 발등 찍힌 화자의 무기력한 상황이 왠지 모르게 처량하기만 하다.

문희옥이 부른 '발등이 찍혔네'(작사/작곡:홍세기)의 노랫말은 지부작족 사용 주체인 남성에 대해 지부작족 대상 객체인 여성의 눈물 어린 후회를 애잔하게 담고 있다. 곡목 '발등이 찍혔네' 가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 '조심', '위로', '눈물' 등의 단어가 등장한다. 이 문구들이 시사하듯이 마음 놓고 믿었던 남자에게 발등 찍힌 여인의 처지는 배신감과 상실감 그 자체이다. 가사 도입부에 등장한 여인의 마음은 '호수'처럼 조용하고 넓다. 평온한 마음의 호숫가에 어느 날 남자가 혜성처럼 멋지게 나타난다. 그 후 그녀는 마음속에 사랑의 남자 '배'를 띄운다. 그리고 그 연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배신의 암초인 '돌풍'을 만난다.

어떠한 상황이든 돌풍은 예상치 못하게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회오리바람이 몰아치자 여인은 '순진하고 약한 맘' 때문에 어쩔 수없이 이별의 정류장에서 괴로워한다. 또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자신뿐만 아니라 연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여인은 뒤늦게 지부작족의 배반감을 뼈저리게 통감하며 후회막급의 자괴감에 빠져든다: '돌다리처럼 두드려보고 건너갔는데/조심조심 건너갔는데'.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대할 때마다 '조심조심'한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어 신중한 판단력을 잃은 그녀는 배신의 늪에 헛디뎌 '풍덩' 빠진다. 그리고 헤어나올 수 없는 심연의 수렁에서 '속고 속는 내 삶'을 뒤돌아보며 탄식과 절망의 눈물을 흘린다.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박정희가 최측근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도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예이다. 이번 주 6월 14일부터 한 달 동안 열릴 FIFA 러시아 월드컵 경기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인 신태용호에게 지부작족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매우 간절하기만 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전 국민을 뜨겁게 달구었던 열기의 재현을 다시 한 번 기원한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아자! 아자! 아자!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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