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52시간' 혼란 키우는 고용부의 무사안일

경인일보

발행일 2018-06-0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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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시행(7월 1일)이 3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정부는 근무시간 기준마련 등 기본적인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무상 지인과 식사를 하는 경우와, 사내 워크숍과 회식 등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킬지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위반 여부를 가리는 필수적인 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반응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문답 안내 자료집을 발간해 배포할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세부 지침은 나온 게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구체적 상황을 놓고 판단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 일괄적 지침을 세우기 어렵다"고 밝히는 등 근로시간 위반을 놓고 노사 간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 상한을 지키지 못하면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경영계에선 주 52시간을 놓고 분주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자율권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를 실시키로 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2013년부터 공장 생산직에 대해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뒤 이번에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같은 근무제를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개정법이 지난 2월 말 국회를 통과했을때 후유증은 예고됐었다고 지적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세부적인 조항까지 대비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가령 근로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업무 도중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하는 시간, 업무상 회식 등을 어느 수준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는 고용부가 판단할 사안인데 팔짱만 끼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에선 근로시간 인정 여부를 놓고 노사 합의로 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근로시간 규정을 어긴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합의로 근로시간 범위를 정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2년 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 법)'을 놓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시행 두 달 전에야 매뉴얼을 마련한 적이 있다. 당시 일선에선 사소한 것도 김영란법 저촉여부를 따지는 세부 지침이 없어 혼란을 겪었다. 이번 역시 김영란법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혼란의 서곡은 울려 퍼졌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의 정확한 세부 지침이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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