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101000730600035342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꽃 모양

아득한 기억 속 안으로

또렷이 또렷이 살아있는 네 모습



그리고 그 너머로

뒷산 마루에 둘이 앉아 바라보던

저물어가는 고향의 슬프디슬픈 해안통海岸通의

곡마단의 깃발이 보이고 천막이 보이고

그리고 너는 나의, 나는 너의 눈과 눈을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꽃 모양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켜만 있는가

유치환(1908~1967)

201806110100073060003534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기억은 시간과 속도 없이 찾아온다. 망각의 시간을 건너온 기억의 파편들은 무의식 속에서 한송이 꽃이 피어나듯 펼쳐진다.

6월에 피는 '치자꽃 모양' 같이 '저녁 어스름 속살'을 보이면서 '아득한 기억 속 안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럴 때면 청결, 순결, 행복, 즐거움의 꽃말을 가진 치자꽃처럼 한없이 행복했던 한 때를 추억하며 "또렷이 또렷이 살아있는 네 모습"이라는 '그 너머로' 생각의 퍼즐이 맞춰진다.

그것은 무릇 떠날수록 떠날 수 없는 "너는 나의, 나는 너의 눈과 눈을"마주치며 "뒷산 마루에 둘이 앉아 바라보던" 치자꽃 피던 고향의 하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켜만 있는가" 하얗게 추억을 내민 꽃잎은 그렇게 저녁을 물들이며 고향의 향수에 젖게 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