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선거도 바꿀 때가 됐다

박상일

발행일 2018-06-1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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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물 뜯기지도 않은채 버려져 '낭비'
소음과 복잡한 길에 세워둔 유세차 '불편'
찍을 후보 적극적으로 찾아나서 소통하는
선거 주인인 유권자 의식 가장 먼저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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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600그램 정도 된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집집마다 유권자들 앞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물의 무게다. 들어보면 두툼하고 묵직하다. 후보들은 정성 들여 만들어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내용을 찬찬히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투표일 전후 재활용 쓰레기 수거 때 나가보면 봉투를 뜯지도 않은 공보물이 무더기로 버려져 있다. 열 번을 생각해도 아깝기만 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선거가 끝났으니 골목골목 세워져 있던 유세 차량이 사라질 것이고, 하루종일 울리던 후보들의 전화와 문자도 이제 끝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우리 선거구 후보들이 걸거나 보낸 것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다른 엉뚱한 지역의 후보들이 걸거나 보내는 게 훨씬 더 많아서 짜증이 난다. 집 전화는 그동안 아예 코드를 빼버렸다. 그렇게 보름이나 되는 시간을 보냈다.

투표를 하러 가니 딴 세상이다. 두툼한 선거인 명부를 뒤적이는 모습이 사라졌고, 신분증과 함께 지문 인증을 한다. 사전투표 때는 투표용지를 프린터에서 척척 뽑아낸다. 자기 선거구에 굳이 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거의 똑같이 투표를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네트워크와 인증기술이 만들어낸 편리함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선거는 옛날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뒤섞여 있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선거운동과 관련된 것들은 좀 구식(舊式)이 많다. 앞에서 말한 공보물만 해도 그렇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많은 종이 인쇄물을 굳이 모든 유권자에게 돌려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들고 보내는 일도 일이지만, 자원 낭비란 면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볼 만 한 문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배부된 공보물에 들어간 비용만 대략 1천억원은 될 것이라고 한다. 투표용지와 벽보까지 합치면 1만5천t에가까운 종이가 사용된다고 하니 엄청난 일이다. 그렇다면 미리 '공보물 발송 제외'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후 간편하게 온라인으로 공보물을 내려받거나 열어볼 수 있도록 하면 공보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선거에 적극적이고 의식이 있는 사람들만 참여해도 손해는 없을 듯하다. 인증이라든가 그런 여러 문제들은 하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

유세 차량 문제도 마찬가지다. 선거 때마다 요란하게 동네를 오가는 유세 차량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집이나 소음에 민감한 집들은 한바탕 홍역을 앓는다.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까 봐 차마 나가서 시끄럽다고도 못하고 꾹꾹 눌러 참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교차로나 상가 같은 복잡한 길에 여기저기 세워둔 유세 차량들로 차량 흐름이 방해를 받아 운전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역시나 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으니 문제다. 전화와 문자 역시 그런 면에서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아마도 후보자들 쪽에서는 '이것저것 다 문제로 삼으면 어떻게 유권자들과 소통을 하라는 거냐'라고 반박할 듯싶다. 유권자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얼굴이라도 한 번 더 알려야 할 후보자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선거는 달라져야 한다. 낭비적 요소, 불편을 주는 요소, 일방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합리적이고 소통 가능한 선거가 돼야 한다.

물론 그렇게 선거가 달라지기 위해 가장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은 유권자의 의식이다. 유권자들이 선거의 주인으로 나서 자기가 찍을 후보자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소통할 수 있어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촛불'이 의식을 많이 바꿨다고 한다. 그럼 이제 바뀐 것을 증명해 볼 때다. 촛불을 들 때처럼, 선거도 좀 바꿔보자.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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