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선거사범 수사, 경찰의 본 모습 기대

이재규

발행일 2018-06-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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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공직선거법위반 225건 접수
분당署, 이재명 당선자 관련사건 수사착수
은수미 성남시장 당선인 고발 중원署 이첩
부분이 전체 반복 '프랙털 개념' 사례 안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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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사회부장
경기 남부지역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A씨. A씨는 어느 날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다 느닷없이 B건설노조원으로부터 뺨을 맞았다.

불법 체류자를 단속한다며 벌인 '불심검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그것도 경찰관들 앞에서의 폭행이었다. 건설노조원들은 해당 건설현장에 소속 노조원을 추가 고용해 달라고 연일 집회를 하며 외국인 노동자 등을 상대로 불법 행위를 하고 있었다.

A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고소하세요"가 전부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이 관할 경찰서 담당 과장(경정)들을 불러 호되게 꾸지람을 했다. 적절하게 대처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며칠 후 경기 서부지역에선 장애인들이 처우 개선 및 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다. 행진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휠체어를 타고 행진하던 한 장애인이 차로에 진입했다. 일순간 차량 통행이 마비됐다. 주민들은 "경찰이 뭐하는 거냐, 쳐다만 보고…"라며 항의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던 경찰이 족히 30명 넘게 현장에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항의는 더욱 거칠어졌고, 경찰은 외면하기 급급했다. 결국 1시간여 뒤 해당 지역 자치단체 장애인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 장애인에게 읍소와 설득을 거듭해 겨우 해결됐다.

경찰의 '민망한 모습'은 6·13 선거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부권에서는 모 정당의 유력 단체장 후보를 위해 현직 공무원이 입당 원서를 수십장 받아 제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 공무원은 후보와의 인연을 통해 과거 시간제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로 경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남부권에서는 모 정당 후보가 자신의 지지 선언 서명문에 현직 군인과 경찰의 이름을 임의로 넣었다 본인들의 강력 항의를 받았다.

각 정당의 경선 과정에서도 상대를 음해하려는 흑색선전이 난무했지만, 일부는 사실로 확인된 사례도 있다는 게 정당 관계자들의 전언이고, 실제 경찰이 인지하고 있는 건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선거 후에 제대로 할 것"이라는 게 경찰의 변이었다.

본격적인 선거사범 수사가 시작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6·13 지방선거 투표일인 전날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25건을 접수했다. 인지 사건도 꽤 많다는 말이 나온다.

성남 분당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 관련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바른미래당이 은수미 성남시장 당선자를 고발한 사건은 성남 중원경찰서에 이첩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는 이성호 양주시장 당선자를 포함해 61명을 수사 중이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물리학에 프랙털(Fractal)이라는 개념이 있다. 부분이 전체를 반복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나뭇잎의 모양, 눈(雪)의 결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소하세요' 등의 민망한 최근 경찰의 모습이 프랙털 개념의 또 다른 사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없는 죄를 만들 일은 아니다. 제대로 된 경찰의 모습을 기대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범의 공소시효는 6개월로, 올 12월 13일까지다.

/이재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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