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 단상(斷想)

권성훈

발행일 2018-06-1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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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영감 속에 피며

마음을 따라다닌다

사람이 외로우면

사람과 한방에 같이 살면서 외롭고

사람이 슬프면

사람과 같이 가면서 슬프다

이런 꽃은 꽃 속에 꽃이 있고

사랑이 있고 하늘이 있지만

그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그 속을 좀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김광섭(1905~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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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 마음속에 자신을 닮은 꽃나무 한그루씩 있다. 그 꽃은 누구에게나 피어 있는, 피어나고 있는, 언제 필줄 모르는, 사람마다 다른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가졌다.

그렇지만 그 꽃의 봉오리가 가슴 속에 있어서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꽃은 영감 속에 피며/마음을 따라다닌다". 이처럼 마음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마음 꽃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외로울 때 같이 외롭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한다는 것을 탐미할 수 있다.

외롭고 슬픈 이들에게 꽃이 된다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겠는가. 그런 당신이라는 "꽃은 꽃 속에 꽃이 있고" 꽃 밖으로 몸을 내민 '꽃 중의 꽃'이 되며 '사랑'과 '하늘'을 품고 있다.

그럴수록 "그 이야기를 함부로 하지도 않고/누구에게나 그 속을 좀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게 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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