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정당의 흥망성쇠

윤인수

발행일 2018-06-1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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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2차세계대전 패배와 군부정권 몰락 이후 정계혼란이 지속됐는데 1955년 보수우파 자유당과 보수좌파 민주당이 합당한 자유민주당의 등장으로 1당 장기집권시대를 열었다. 이후 1993년 8월부터 1996년 1월(2년 5개월), 2009년 9월부터 2012년까지(3년 3개월)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총리를 만든 집권여당으로 군림 중이다. 자민당 천하의 일본은 눈부신 경제부흥을 이루었지만, 천박한 역사의식과 평화헌법개정 추진 등 1당독주의 폐해도 심각하다.

한국 정당사에도 자민당의 사례가 떠오르는 전대미문의 정치사건이 있었다. 1990년 노태우 전대통령의 민주정의당,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김종필(JP) 전국무총리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을 선언한 1·22 3당합당이다. 이렇게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국민이 13대 총선에서 결정한 여소야대를 단숨에 뒤집어 218석의 초대형 1당으로 등장했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과 민주당 탈당파로 창당한 꼬마민주당으로 구성된 야당 진영은 초토화됐다. 합당의 동력은 내각제개헌을 통한 계파간 정권 돌려먹기였지만, 철들 무렵 부터 대통령이 꿈이던 YS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

알려진대로 애초 노 전 대통령의 보수대연합 대상은 YS 보다 DJ였다. 하지만 호남의 적자인 DJ는 광주를 짓밟은 5공 정권의 후신들과의 연합을 상상할 수 없었고, 대신 YS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며 덥석 물었다. 이후 YS는 호굴(虎窟)을 접수했고, DJ는 내각제개헌을 배신당한 JP와 연합해 대권을 차지했다. 꼬마 민주당에 잔류했던 노무현은 간난신고 끝에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으니, 3당합당은 사건으로서도 충격적이었지만 영웅(?)들의 영고성쇠가 압축적으로 전개된 정치 대하드라마의 배경이기도 했다.

민자당은 이후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존속되다가 지금의 자유한국당에 이르렀지만, 6·13지방선거로 궤멸적 타격을 입어 폐당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민자당 창당 26년만에 국민투표로 대구·경북에 강제고립됐으니,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호남을 고립시켰을 때 상상할 수 없었던 3당합당체제의 허무한 종말이다. 그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의 장기집권론이 메우고 있다. 역사의 안목으로는 이 또한 흥망성쇠의 일부일 것이나, 보수정당이 다시 태어나고 말거나 민주당이 장기집권할지는 서로의 처신으로 결정될테니 두고 볼 일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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