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스마트 패스 인천공항

이영재

발행일 2018-06-2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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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중국 공안은 저장성 자싱시에서 열린 홍콩 스타 장학우 콘서트장에서 수배 중인 용의자를 CCTV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체포했다. 현장엔 팬 약 6만 명이 모여 혼잡한 상황이었지만, 중국 인공지능회사 '이투커지'의 안면인식기술은 이런 악조건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난달 영국 윈저성에서 열린 해리 왕자와 할리우드 여배우 메건 마클의 세기의 결혼식에는 아마존의 안면 인식 기술 프로그램 '레코그니션'이 이용됐다. 이 기술로 하객으로 참석한 전 세계 유명 인사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SF영화가 그리는 미래사회는 신분증이 필요 없다. 폴 버호벤의 '토탈 리콜'(1990)엔 우주정거장에서 화면에 얼굴을 대면 얼굴 형태나 홍채로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가 그려낸 2054년 미래사회 역시 집과 사무실의 출입문 잠금장치, 지하철 요금 지불 등 모두 안면인식과 홍채인식이 대신한다. 상영 당시 '영화가 너무 오버한다'고 여겨졌던 이런 풍경이 이젠 어두운 콘서트장에서 범인을 잡고, 수천명이 모인 결혼식 하객들의 신원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평범한 일상사가 돼가고 있다. 중국과학원이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의 보안검사 보조 검증 시스템'은 13억 중국인 얼굴을 단 3초 만에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라는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이 반체제 인사 동향 감시나 소수민족 탄압 등에 쓰일 수 있지 않느냐는 '빅 브라더'의 우려가 괜한 게 아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탑승권이나 여권 없이 출국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 서비스가 시범 도입된다고 한다. 사전 등록된 안면인식 정보 프로그램 덕분이다. 또 2020년부터는 지문, 얼굴 등 정부가 관리 중인 생체정보를 활용해 사전등록 없이도 전 국민이 스마트 패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속 세상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편해질수록 사생활은 누군가에 의해 노출되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날마다 늘어나는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누군가 지켜보는 시선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고 인천공항의 놀라운 변신 같은 일상의 편리함을 외면할 수도 없다. '감시에 길든 일상'과 '편안함'. 거부할 수 없는 이 둘 사이에서 우리는 늘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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