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보수, 카이사르 그리고 이재명

'끼리끼리만 모여' 현실직시 못한 보수진영
진보도 그런다면 총선서 '정반대 결과' 예상

'다른일에 성공 정세 만회하려는 사람있다'
검증대 오른 이재명 당선자 되새겨볼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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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정치부장
'6·13 지방선거'가 끝난 지도 10여 일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압승한 진보 진영이나 참패한 보수 진영 모두 도도한 민심의 흐름에 놀라워하고 있다. 진보 진영은 겸손과 책임, 보수 진영은 반성과 개혁을 꺼내 들며 민심 앞에 머리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는 정도의 두려움이 아니라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정도의 두려움"이라며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유능·도덕성·겸손한 태도를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욱 통렬하다. 보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9일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린 것인가'라는 제하의 세미나에서 "없어 보이는 보수, 막말 보수, 무능한 보수로 전락한 보수 야당에 과연 미래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보수에 대한 '빨간 불'은 끊임없이 울려 왔고 참패를 모면할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냉정히 판단하면 보수 진영이 이를 부정하며 민심과 반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대표적인 게 여론조사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안심번호제, 유무선 비율 조정, 전화면접 등의 방법을 도입하며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왔다. 이런 여론조사는 민심의 현 주소와 흐름을 읽어내는 데 여전히 유용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 정당지지도는 물론 '6·13 지방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부정했다. 자신들의 조사와는 다르다며 여론조사 기관들을 어용으로 몰아붙였고, 선거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은 경기도지사 선거도 그렇게 희망했다. '스캔들 의혹'과 '네거티브 공세'가 전국적 이슈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역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여론 조사의 큰 흐름은 바뀐 게 없었다. 여전히 국정농단, 한반도 평화가 상당수 경기도민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지방 선거 3일 전 판세를 묻는 개인적인 질문에 "촛불 혁명 이후 진보층은 물론 중도층의 70% 정도가 적폐청산, 변화와 개혁을 바라고 있고 그 물결은 여전히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56.4%를 얻어 20.9%p 차이로 승리한 선거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는 총 14권의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하면서 흔히 '시저'로 알려진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4, 5권에서 다뤘다. 행간 곳곳에 카이사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시오노 나나미는 5권 후반부에 카이사르의 말이라며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었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모든 게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밖에는 보지 않는다."

끼리끼리만 모여서는 현실을 직시하지도,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한다. 이번에 보수 진영이 그런 양상이었고, 진보 진영도 앞으로 그런다면 다가올 총선에서는 이번과는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볼 수도 있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덧붙여, '로마인 이야기'에는 이재명 당선자가 깊이 되새겨 볼 만한 문구도 있다. 이재명 당선자는 이번에 누구보다 가혹한 검증대에 올랐다. 선거 운동 막판에는 공개적으로 "외롭다"고 했고, 측근들에게는 "힘들다"고도 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렇게 썼다. "실패로 끝난 사태를 개선하려고 애씀으로써 불리함을 만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것은 일단 그대로 놓아두고 다른 일에 성공함으로써 정세를 단번에 만회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카이사르는 후자의 대표자라고 해도 좋았다."

/김순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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