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봉선화

권성훈

발행일 2018-06-2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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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자 장독대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 듯 힘줄만이 서노나.

김상옥(19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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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봉숭아라고도 불리는 봉선화는 4~5월에 씨를 뿌리면 6월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꽃은 우리 민족과 친숙한 꽃으로 대대로 손톱을 물들이는데 사용해 왔다. 붉게 물들인 손톱이 그 해 첫눈 오기 전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순정을 표상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봉선화에 관한 '세세한 사연'들을 모두 펼칠 수는 없지만 저마다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날 생각' 하나쯤 있을 것이다. "하얀 손 가락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이 사라질까 두려웠던 기억들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봉선화의 꽃말과 같은 순애보가 아닐 수 없다. 비록 한여름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 주던' 꽃물은 지워지고 없지만 봉선화 피는 6월이 되면 그 생각 속에서 당신의 첫사랑도 '힘줄'같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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