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주 52시간 근무제… 당신의 삶은

신창윤

발행일 2018-06-2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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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부터 300인이상 사업장·공공기관 시행
직장인들 "인생2모작·투잡 준비" 희비교차

고용노동부 '시간단축 가이드' 내놓았지만
복잡 업종 '혼선' 전망, 노사정 절충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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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윤 경제부장
얼마 전 지인이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얘기했다. 소기업을 운영하는 그 지인은 일부 직장인들이 자기 계발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인생 2모작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이는 부족한 급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직업을 찾는다고 했다. 직장인들도 저녁 있는 삶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의 말대로 실제 요즘 직장인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듣고 백화점 등 문화센터에서 행복한 삶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센터도 이런 직장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오후 6시 넘어 20% 강좌의 프로그램을 늘렸다.

그러나 또 다른 직장인은 먹고사는 문제로 투잡을 준비 중이다. 야근수당이 줄어든 만큼 급여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대리기사 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한 아르바이트 업체에 따르면 중소기업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투잡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조사 당시보다 20%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이처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이 다음 주부터 시행된다.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적용 대상이다.

한국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천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천707시간을 훨씬 넘는다.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은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적 근무 관습이 생겨난 것도 장시간 노동이 빚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낮은 국민 행복지수, 높은 산업재해율과 자살률도 이런 장시간 노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사업현장에서도 걱정이 많다. 어디까지가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 가이드'를 내놓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업종의 사업장에서 여러 형태의 노동이 이뤄지고 있어 혼선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용부는 이 가이드에서 휴게 시간과 대기시간의 구분, 교육·출장·회식이 노동시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혼선을 모두 해소하기란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시간을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 규정을 기준으로 사업현장에서 노사가 노동시간 포함 여부를 결정해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특징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잣대로 노동시간 포함 여부 기준을 정해 놓으면 더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는 처벌을 유예하는 기간으로 삼아 '주 52시간 근무제'를 위반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연착륙시키려는 조치라고 했다.

어찌 됐든 다음 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는 시행된다. 곳곳에 혼선의 소지와 노사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어 주 52시간 근무제의 앞날은 험난할 것이다. 노사정 이해당사자 모두가 대화하면서 최선의 절충점을 찾아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다수가 노동자인 우리 국민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제도가 서로의 희생과 양보 없이는 정착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신창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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