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호수 보호 못하는 관리체계 보수해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8-06-29 제2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530년 된 보호수가 쓰러졌다. 장마전선이 중부지역으로 북상한 지난 26일 오후 수원시 영통동 느티나무가 폭탄이라도 맞은 듯 쪼개진 것이다. 장맛비에 속절없이 찢긴 보호수를 본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정조대왕이 1790년 수원 화성 축조 당시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는 영통동 느티나무는 지난 1982년 10월 수령 500년을 맞아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나무에는 '전쟁이 일어나려고 하면 나무가 구렁이 울음소리를 낸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보호수는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중요한 국가자산이자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다. 보호수의 '죽음'은 단순히 나무 한 그루가 수명을 다한 것 이상의, 주민들에게는 환산할 수 없는 상실감을 준다. 영통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단옷날 나무 주변에서 펼쳤던 '영통청명단오제'가 마지막이 된 것이 아닌가"라며 한숨이 깊다.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보호수는 1만3천854그루. 이중 500년 이상 된 보호수만 909그루에 달한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에는 1천77그루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용인에만 110여그루가 있다. 하지만 전국의 300년 된 보호수 50여 그루가 매년 죽어가고 있다. 2016년에만 고사·병해충·천재지변 및 재난재해·훼손 등의 이유로 44그루의 보호수가 가치를 상실, 지정해제됐다.

산림자원의 보호와 보전을 담당해야 할 산림청은 지난 2005년 보호수 관리를 지방사무로 이양했다. 현재 보호수의 지정·해제 권한은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에게 있다. 산림보호법 제13조에는 2개항으로 보호수의 지정·관리, 해제, 행위 제한 등에 대해 쓰여져 있다. 하지만 몇 줄 짜리 지침으로는 보호수를 제대로 지켜줄 수 없다. 예산은 산림청이 도를 통해 각 시·군에 지원하는 형식인데, 각 도·시에는 별도 관리조례조차 없어 체계적인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리 부실의 책임을 지자체에 물을 법적 근거도 없다. 보호수가 생명을 다하면 '보호수 해제' 조치를 하면 '끝'인 것이다.

보호수(保護樹)는 이름대로 제대로 보호(保護)해야 한다. 담당 중앙부처인 산림청부터 지자체까지 전문인력 양성과 지속적인 현장점검에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한다. 여기에 각 기관의 무거운 책임의식 또한 필요하다. 아직 살아있는 수많은 보호수가 이번 장마로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수원시는 사고 직후 영통 느티나무를 위로하는 제(祭)를 올렸다. 부디 느티나무가 용서하기를 바라본다.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