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원전투비행장 공론화를 위한 근본조건

김돈겸

발행일 2018-07-06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김돈겸 화성시 자치행정국장
김돈겸 화성시 자치행정국장
이웃집 사람이 초인종을 누른다. 문을 열어보니 "공동현관에 무거운 짐이 있는데, 지금은 관리사무소에서 치워줄 여력이 없으니 같이 치우자"고 한다. 흔쾌히 동의를 하니, 짐을 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는 "내 집은 식구도 많고 좁으니, 이 짐을 당신 집에 보관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니 "나중에 관리사무소에서 치워줄 수도 있고, 처리비용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닥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문제를 두고 수원시와 화성시는 지금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수원시가 전투비행장을 화옹지구로 옮기겠다는 내용은 숨긴 채, 이전 동의만을 묻고는 이 동의가 화옹지구로 옮기겠다는 동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런데 갈등의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이 현 상황만을 타개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대립하고 있으니 수원시민과 화성시민, 국방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론화는 갈등 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만능키가 아니다. 공론화라는 숙의민주주의 과정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신고리5·6호기 때처럼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공론화 근처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는 당면한 갈등 상황만을 피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갈등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통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론화로는 수원전투비행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섣부른 행동이다. 왜냐하면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갈등의 원인을 되짚어 보고 충돌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거한다면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갈등의 근본원인은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이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뿐만 아니라 전투비행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화성시민을 님비로 몰아가고, 화성시 자치권과 관할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이 더해지면서 갈등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공론화를 추진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단호하게 꼬인 매듭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지금까지 수원시가 추진해온 수원전투비행장 이전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면 된다.

수원전투비행장은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이 가장 먼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공허한 발전과 상생만을 외쳤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 바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다.

만약 수원시와 수원시민이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이전'을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아닌 '군공항 공론화위원회'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한다면 화성시와 화성시민은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수원시가 당장 전투비행장 이전 계획을 철회하고 '군공항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은 내부 사정상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싶다면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수도 있다.

비공식적 자리에서부터 '공론화의 조건', '공론화의 범위' 등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만들기 위한 형식과 절차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내용을 담기 위한 견고한 그릇이 준비된다면, 공론화위원회가 도중에 무산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수원시와 화성시, 화성시민과 수원시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기회가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화성시와 수원시가 힘을 합친다면 분명 전투비행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돈겸 화성시 자치행정국장

김돈겸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