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 화두

권성훈

발행일 2018-07-0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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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피는 꽃은

몸으로 말을 건넨다

숨결을 뉘이며

세우며 일으키며

세상의 가장 적막한 곳을

뒤채이는 나비 나비…….

비둘기가 소리 없이

공간을 때리는 파장

변방에서 몰려오는

하늘의 온갖 기운이여

파열을 위한 황홀한 찰나

숨죽인 서울도 보인다.

이상범(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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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흔들리는 모든 존재는 온몸으로 나아간다. 오늘이라는 하루 속에서 순간순간을 제각기 생긴 생김새로 버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은 꽃이 온몸으로 피며, 그 몸으로 세상과 대화를 하듯이 사람도 "숨결을 뉘이며 세우며 일으키며" 자신이라는 존재를 드러낸다. 때로는 "세상의 가장 적막한 곳을" 방황할 때에 살포시 포갤 수 있는 '나비'같은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 없이 공간을 때리는 파장"같이 나를 쪼아대는 '비둘기'같은 사람이 갑자기 일상을 파괴하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변방에서 몰려오는 하늘의 온갖 기운" 앞에서 한낱 한 송이 꽃처럼 연약하여 꺾이기 쉽다. 그러나 꽃이 "파열을 위한 황홀한 찰나" 속 꽃망울을 터트리듯 황홀함도 동반되어 오는 것이니, 두려워 말라.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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