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이재명 지사와 박남춘 시장의 취임사

윤인수

발행일 2018-07-04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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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림 아닌 도민 명령 수행하는 대리인"
박 "특권 내려놓고 권력은 시민들께 환원"
기득권 키워온 사회구조 변화시키겠다는 뜻
'경기(經基)도'와 '시민특별시 인천' 이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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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위원
태풍피해를 당한 지역과 사람들에게는 죄송스러운 얘기지만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7기 민선시대의 의미있는 출범을 연출한 1등공신이었다. 6·1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전국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들은 2일 저마다 취임식을 예정하고 있었다. 취임식의 각종 퍼포먼스를 통해 4년 임기에 임하는 포부와 각오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예 '취임식'이 아니라 선정된 도민들로 부터 임명장을 받는 '임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비의 신 쁘라삐룬이 강림하사, 단체장들은 줄줄이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상황실과 재난위험지역을 찾았다. 아쉬웠을테지만 매우 현명한 처신들이었다. 무릇 자치행정은 이래야 맞다. 중앙정부가 시스템에 의존한다면, 지방정부는 민생현장을 발로 뛰어 챙겨야 한다. 쁘라삐룬이 자치단체장의 의식과 양식이 욕먹을 수준은 넘어섰다는 흐뭇한 증거를 보여준 셈이다. 눈치 없이 취임식을 강행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보여주기식 행동은 멀리하겠다"고 강변했지만, 전시행정도 진정이 담기면 의미있는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리다. 구차한 변명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남춘 인천광역시장도 현충탑 참배와 실무적인 선에서 소탈하게 취임식을 마쳤다. 하지만 취임사는 남았다. 취임사에는 경기도정과 인천시정에 임하는 각오, 두 사람의 얼과 혼이 담겨있다.

두 사람 모두 권력의 주인이 도민과 시민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직을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민의 명령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대리인"이라고 규정했다. 박 시장은 "시장의 특권은 내려놓고 권력은 시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사회의 선출권력에 대한 당연한 정의이지만, 이를 소홀히 여겨 낭패를 본 정치인들은 최근의 사례만으로 충분하다. 권력을 확인하는 쾌감은 중독성이 강하다. 대표 도민, 대표 시민으로 평범한 권위를 다짐한 두 사람이 초지를 일관하기를 기원한다.

강자의 기득권을 배격하고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도 같았다. 이 지사는 정치의 역할이 "소수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다수 약자를 도와서 함께 어우러져 살게 하는 것"이라며 "기득권의 편이 아니라 평범한 도민의 편에서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한 사람의 성공에 도취하기 보다 열 사람의 실패를 먼저 찾아 재도전을 응원하겠다"며 "강자의 큰 목소리보다 약자의 작은 외침에 먼저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겠다는 나라다운 나라의 구현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앞장서겠다는 결심이다.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실현되는 사회변혁을 약속했다. 당적을 같이하는 대통령과 도지사, 시장이 사회변혁의 비전을 공유한 만큼, 변혁의 동력은 커졌고 대중의 기대는 높아졌다. 유의할 점은 있다. 평등, 공정, 정의는 매우 명확한 가치 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사회 각계각층의 이익과 욕망이 복잡하게 포개진 개념이다. 가치를 달리 해석하는 시선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혜안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선의의 정책이 반드시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경험칙은 유효하다. "전 시정부의 좋은 정책들은 이어가되, 과오는 바로잡고, 부족한 것은 채워가겠다"는 박 시장의 태도는적절하다.

이 지사와 박 시장의 취임사는 도민과 시민을 섬기는 종복의 자세로 기득권을 강화시켜 온 사회구조의 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치인이라면 이념의 지형을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무나 실천할 수 없는 과제이다. 도정과 시정의 현실에서는 과제 실현을 위한 각론 마다 찬반이 엇갈리기 예사일 것이다. 잘 듣고 과감하게 결단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 여정의 끝에 이 지사가 약속한 경세제민의 터전 '경기(經基)도'와 박 시장이 희망했던 '시민특별시 인천'에 이르길 바란다. 이 지사와 박 시장의 취임사를 잘 간직해 둘 생각이다.

/윤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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