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일하는 사회, 日경제학자의 과노동 출구 모색
주4일 근무시대, 근무일 단축 통한 고용증대 분석
사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진 않아, 바쁨의 늪에 빠진 요즘 문화 비판
이 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전격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 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이야기가 솔솔 풍겨나오며 노동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기형적 구조의 한국에서 "수당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 "일의 양은 같은데 시간만 줄어 오히려 과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제 저녁을 가족과 먹을 수 있을까" "여유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 기대도 부풀어 올랐다.
제도는 이제 시작됐다. 우리는 정말 '저노동 고효율'의 사회로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선정한 이달의 키워드는 '노동시간'이다.
그는 2012년 10월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창출'을 주제로 서울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기도 했고 2015년 9월 '과로사 방지법'을 주제로 서울 초청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은 과노동이 부른 과로사에 직격탄을 날린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일본에서 말하는 과노동의 기준은 법정 노동시간이 아니라 '죽도록 일한다'는 말 속의 '죽음', 즉 과로사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과노동이 초래하는 죽음은 심각한 사회문제이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자본주의' '정보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프리타 자본주의' 등의 이유를 들어 완만하고 착실하게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해 온 유럽에서마저 그 흐름을 역행해 노동시간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해결방향을 제시하고 정부와 개인 차원에서 과노동을 벗어나는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제가 '아인슈타인이 옳았다'인 것도 대공황 당시 아인슈타인이 '노동시간 단축이 대공황을 벗어나는 길'이라고 주장한 것에 빗댔다.
진보정당을 창당할 만큼 실천파 경제학자인 피에르 라루튀르와 노동법과 빈부격차를 연구하는 도미니크 메다가 공동 저술한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이 옳았음을 인정하면서 실업을 타개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주4일 근무 32시간제'를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 중에 특이한 것은 주간 노동시간을 몇 시간 줄이는 방식보다 출근일 자체를 주 4일로 줄이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꼼꼼한 자료분석을 통해 근무일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고용증대의 효과를 높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인들이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여유시간 조차 자기계발의 늪에 빠져있고, '내가 이렇게 잘 놀고 잘 쉰다'는 사실을 뽐내기 위해 여가생활마저 SNS에 자랑하는 문화를 비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도대체 이 바쁨이 '무엇을 위한 바쁨인가' 질문한다. 단순히 바쁘게 살지 말라는 에세이가 아니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역사와 철학을 빌려 나름의 합리적 방식으로 '바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