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김영철과 뼈있는 신경전… "비핵화 시간표 진전됐다"

디지털뉴스부

입력 2018-07-08 0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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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왼쪽)이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에 있는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박 2일간의 평양 방문 일정을 마쳤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면담은 불발됐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이전 두 차례 방북 때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났지만, 시간 여유가 있는 평양 방문이었음에도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이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고 한 것과 상반된 결과다.

폼페이오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서도 휴대하고 있었지만, 직접 전달하지 못한 채 협상파트너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건네야만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 불발은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측 입장에 대한 북한의 불만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떠난 직후 발표한 외무성 담화에서 "회담결과는 극히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측이 조미(북미)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부합되게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기대와 희망은 어리석다고 말할 정도"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북미간 신뢰조성을 강조하면서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정세악화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문제인 조선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뒤로 미루어 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은 6일부터 약 9시간에 걸쳐 회담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앞서 기자단에게 비핵화 시간표와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의 신고 문제를 논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모든 요소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단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미 양측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을 협의할 후속회담을 하기로 했다. 또 오는 12일께 판문점에서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분석해보면 미국이 관심을 가진 비핵화와 미군 유해 송환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세부적인 논의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성 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합의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회담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나 역시 분명히 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답해 팽팽한 신경전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관계정상화나 제재 문제 등에서 진전된 입장을 원할 것"이라며 "미국쪽에서 이런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비핵화 조치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비핵화 시간표를 짜면서 상응하는 미국의 관계개선 및 안전보장 시간표도 함께 요구했는데도 미국이 적절한 답을 하지 않자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을 수 있다.

면담 불발에도 김 위원장이 김영철 부위원장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한 것은 현재 북미간의 대화국면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도 담화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쪽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제시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김 위원장이 면담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표현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북한은 사실상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평양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안전 보장, 미군 유해송환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확고하다"며 CVID에 대한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이 담화에서 "(미국은)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밝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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