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고서산책']전국의 주요 고서점들

조성면

발행일 2018-07-1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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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인터넷서점 공세…
시민 무관심에 고서점 고사 위기
책바보들 충정만으론 지탱 어려워
헌책방도 문화라는 인식전환과
유관기관들의 정책적 지원 절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책에 미쳐 사는 바보들―곧 간서치(看書痴)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자기 집 서재와 헌책방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전철도 책바보들에게는 최적화한 독서 공간이다. 적당하게 흔들려주는 전철 안에서, 졸거나 스마트폰 외에는 딱히 할 일도 없는 시간 동안의 책읽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집중을 요하는 고도의 독서를 하고자 할 때 전철 독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실 독서는 자기만족을 위한 도락이면서 동시에 자기완성과 세상을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한 선비가 책을 읽으면 혜택이 사해에 미치며 그 공이 만세에 드리운다(一士讀書 澤及四海 功垂萬歲)"는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독서론은 독서에 숨겨진 참의미를 일깨워주는 경책 같은 선언이다. 그러나 팍팍하고 고단한 인생살이와 세상의 시비 다툼 속에서 살다 보면 연암 유의 경세적 독서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책 보고 헌책방 순례하는 일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은 괜찮은 인터넷 고서점들이 많아서 온라인 순례도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직접 책방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에 비할 바 못된다. 전국 도처에 유서 깊은 헌책방 또는 고서점들이 있다. 우선 인사동 고서점의 명맥을 잇고 있는 통문관과 승문각 그리고 화봉문고와 동양문고가 대표적이다. 또 부산 보수동 거리의 헌책방들을 비롯해서 삼례의 호산방, 인천의 아벨서점, 신촌의 공씨책방, 수원이 자랑할 만한 남문서점과 오복서점, 화성시 팔탄면의 고구마, 천안의 갈매나무 서점과 뿌리서점, 대구의 합동서점과 월계서점 등은 책바보들이 즐겨 찾는 탐방처다. 이 밖에도 방방곡곡에 좋은 서점들이 즐비하나 일일이 소개하는 것이 요령부득이라 생략한다.

최근에 다녀온 서점 중에서는 오산의 명물 아사달 서점이 머리에 남는다. 오산역에서 북쪽으로 5~10분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중원 사거리 지하차도 옆에 자리한 작은 서점인데 눈대중으로 따져 10만 권은 돼 보이는 헌책들이 빼꼭히 쌓인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전공자나 수집가들에게는 양에 차지 않을지 몰라도 인정이 넘치는 곳이다. 모든 책 가격이 거의 다 1천원이라 저 돈을 받고 어떻게 서점이 유지될까 염려될 정도로 값이 헐하다.

책을 팔기보다는 책을 나누는 곳에 가까울 만큼 헐한 책값도 놀랍지만, 이영열 사장님의 인품이 보살이다.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책을 나누는 것이다. 노모를 모시며 의정부에서 오산을 오가는 효성과 노고를 십수 년째 다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마다 드링크를 나눠주고, 여러 권을 사면 1천원짜리 책값에서 가격을 더 빼준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일이 따로 있다. 주인장의 풍부한 독서량도 그렇지만, 그는 엄연한 현역 작가―장르문학 전문가다. 단편소설 '어느 세기의 대마술사 이야기'(1996)로 등단하여 최근에는 장편소설 '나는 김구다: 치하포 1896, 청년 김구'(2017)를 발표했다. 백범의 재해석, 재조명이 흥미롭다.

책은 그 나라, 그 민족의 수준과 역량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또 문화의 중핵이다. 180여 개의 고서점이 밀집해 있는 도쿄의 '간다 고서점가', 베이징의 유리창(琉璃倉)거리, 옥스퍼드 · 피렌체 · 마드리드 · 파리 등 대도시에 산재해 있는 유럽의 고서점들과 그곳에서 취급되는 고서들은 그 나라의 문화역량과 도서문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얼마 전 서울의 미래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공씨책방이 높은 임대료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신촌을 떠나 성수동으로 이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들의 공세 그리고 시민들의 무관심으로 지금 우리의 고서점들은 고사의 위기를 겪고 있다. 책바보들의 높은 충성도 만으로는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 고서는 물론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과 함께 유관기관들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전통교육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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