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2018

이영재

발행일 2018-07-13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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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영화제로 베니스, 칸, 베를린 영화제를 꼽는다. 각자 색깔과 특성이 다르다. 칸이 작가주의 작품을 선호한다면, 베니스 영화제는 예술적인 작품을, 베를린 영화제는 철학적이고 실험적이며 진보적인 영화를 선호한다. 이들 영화제는 자신들의 색을 갖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되려면 이들처럼 연륜이 쌓여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정체성 논란을 빚으며 영화제 존폐를 논할 정도의 우여곡절도 겪어야 한다. 그러면 영화제에 나름의 고유 색깔이 입혀진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BIFAN)가 어제 개막했다. 22회째다. 역대 BIFAN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으라면 1회 때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일 것이다. 이 공포 영화는 BIFAN을 다른 영화제와는 분명히 다른, 특별하게 뭔가가 있는 영화제로 각인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이 영화 덕분에 BIFAN은 장르영화제 마니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표현의 억압과 금기에 도전하는 작품들을 여과 없이 소개하면서, 다양성을 겸비한 독자적인 영화제로의 위치를 굳건히 할 수 있었다. 너무하다 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되는 성과 폭력, 타락한 사회를 시원하게 조롱하는 '그들만의 향연'이었다. 반대로 장르영화제가 갖는 한계는 일반인들의 진입을 막는 벽이었고, 그것은 주최 측에게 늘 커다란 고민이었을 것이다.

20회를 기점으로 BIFAN은 큰 변화를 맞았다. 애초 영화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마니아부터 일반 관객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탈바꿈한 것이다. 당시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가족을 위한 '패밀리 존'을 부활시킨 것도 그런 이유다.

올 BIFAN엔 53개국에서 290편의 작품을 출품했다. 개막작에 오성윤·이춘백 감독의 애니메이션 '언더 독', 폐막작이 인도영화 '시크릿 슈퍼스타'인 것은 나름 의미심장하다. 그렇다고 호러 영화가 빠진 것은 아니다. 이름만으로도 오싹한 웨스 크레이븐, 조지 A 로메로, 토브 후퍼 감독의 특별전 '3X3 EYES: 호러 거장, 3인의 시선'은 영화제 고유의 색깔을 지키겠다는 주최 측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특별전만으로도 이번 폭염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에도 영화제를 이만큼 성장시킨 BIFAN 집행위원회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부산이 부럽지 않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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