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두려운 '감시자의 눈'

박상일

발행일 2018-07-1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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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지적처럼 인권침해 할 수 있는 CCTV
사방에서 24시간 '감시' 당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가슴이 답답하기만 해
무작정 늘리는게 정답인지 따져봐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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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할 때처럼 집 밖 어딘가에 멈춰 있을 때 고개를 들어 뭔가를 찾는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때면 나도 모르게 천장 모서리를 슬쩍 쳐다본다. 역시나 어김없이 그곳에 딱 있다. 맞다 내가 찾는 건 CCTV(폐쇄회로TV)다. '찾는다'는 말이 어색할 만큼 굳이 찾을 필요도 없는 건, 열이면 열 꼭 생각한 그곳에 어김없이 있기 때문이다.

CCTV를 볼 때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제목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라는 윌 스미스 주연의 스릴러 영화다. 주인공 윌 스미스는 액션하고는 관계가 없는 변호사였는데, 국가안보국 요원들에 쫓기던 옛날 대학 동창이 슬쩍 그의 쇼핑백에 넣은 '중요한' 녹화 테이프 때문에 그도 쫓기는 신세가 된다. 여기서 국가안보국이 CCTV며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주인공을 추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 영화를 보면서도 CCTV 추적이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 속에 깊이 박힌 영화가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8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CCTV라는 게 그 정도로 흔하지 않을 때다. 그 이후 20년 사이에 엄청나게 숫자가 늘어나고 성능이 정교해진 CCTV들을 생각하면, 정말 우리는 CCTV의 '손바닥' 안에서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실제로도 CCTV는 이제 어디에서나 눈을 부라리고 있는 '감시자의 눈'이 되어 버렸다. 이런 기억들과 최근 뉴스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CCTV 영상들이 더해져 CCTV는 나에게 뭔가 '찜찜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행정안전부 통계를 찾아보니 작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CCTV 개수가 95만4천261개나 된다고 한다. 통계를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게다가 최근에는 1년에 10만개도 넘게 늘어나고 있다. 2016~2017년 한 해 동안에도 10만9천125개가 늘었다. 2008년 15만7천여 개에서 10년도 안되는 사이에 100만개 가까이로 늘었으니 엄청난 증가 속도다. 게다가 이 통계는 공공기관이 파악해 개인정보보호 종합지원 시스템에 등록한 것만 따진 것이니, 개인들이 설치한 것들까지 더하면 실제 CCTV 숫자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다.

뜬금없이 CCTV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잇따라 지적하고 있는 관련 내용들 때문이다. 인권위는 지난 10일 "법률 근거 없는 지방자치단체의 CCTV 통합관제센터 운영은 인권 침해"라고 발표했다. 지자체들의 CCTV 통합관제센터는 관할구역 내에 설치된 수많은 CCTV 들을 회선으로 연결해 관리하는 곳으로,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수많은 CCTV를 마음대로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다. 인권위는 이런 통합관제센터에서 수집된 CCTV 영상들이 개인정보 침해의 소지가 다분함에도 이를 적절하게 관리할 법률적 근거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인권침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앞서 지난 2월에는 수용시설 내 과도한 CCTV 감시는 인권침해라고 지적했고, 지난해 11월에는 경찰이 CCTV를 활용한 근무감찰 등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실태조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런 인권위 지적들은 CCTV가 이미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괴물'로 자리를 잡았음을 시사한다. 물론 CCTV가 범인 검거나 교통통제 등에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사방에서 24시간 '감시'를 당하고 있는 평범한 우리네들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효율성만을 따져 CCTV를 무지막지하게 늘리는 것이 정말 답인지 한 번 따져봐야 할 때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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