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여의도 포청천 문희상

이영재

발행일 2018-07-1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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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선 이만섭 전 의원은 14대, 16대 두 번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는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지는 법안 처리를 무척 싫어했다. 14대 의장 때 통합선거법 등의 날치기 처리를 위한 본회의 사회를 거부하면서 김영삼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16대 땐 새천년민주당이 국회 원내 교섭단체의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자 "날치기는 안 된다"며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끝내 거부했다. 그는 국회가 정부가 보내온 법을 통과시키기만 하는 '통법부(通法府)'가 돼선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진 국회의장이었다. 3공화국 이후 권력의 양지에서만 지냈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의장 시절 그에 대한 평가가 후한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문희상(경기 의정부갑)의원이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경기도 출신 국회의장은 1·2대 신익희 의장 이후 64년 만이다. 문 의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과 특유의 친화력, 여기에 청와대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지금, 국회 기능을 살리는데 나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문 의장은 별명이 많다. 북송 시절 명판관 포증(包拯)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주인공과 닮았고, 균형 잡힌 일처리를 한다고 해서 '여의도 포청천'이란 별명이 붙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얻은 '개작두', 외모 덕분에 '겉은 장비 속은 조조' '웃는 돼지' 등 다양한 별명도 갖고 있다. 문 의장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할 말은 하고 풍류도 아는, 여의도에 얼마 남지 않은 정치인'이다.

최근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의회주의자’ 문희상이 국회의장이 돼서 다행이다. 의장 수락연설에서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힘으로 야당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정치인은 이해와 현실을 좇고, 정치가는 시대와 역사를 읽는다고 한다. 국회의장이란 자리는 국회 의원이 국민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권력을 쳐다보지 말고 늘 국민의 편에 서서 의회민주주의 전통을 지키는 국회의장이 되길 바란다. 실제 '여의도 포청천'이 돼서 퇴임 후에도 "문희상은 '현실 정치인'이 아닌 '시대의 정치가' 였다"는 평가가 내려지길 기대한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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