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산이 무서워

이한구

발행일 2018-07-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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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 좋다해도 쉼터에 유택 조성은 심해
유명사찰 인근 골분 마구잡이 뿌려 골머리
자연장 활성화위한 규제완화·법개정 불구
명당 고집하는 유족들 불법 해소될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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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2년 전 한여름 대낮에 경기북부의 어느 고즈넉하고 아담한 절집을 찾았다. 산세도 좋을 뿐 아니라 유서 깊은 고찰(古刹)로 알려져 한 번쯤 구경하고 싶었던 탓이다.

일주문(一柱門)에서 대웅전까지는 족히 1km 이상 떨어졌는데 더구나 가파른 언덕길이어서 볼일 없는 이들의 접근을 반기지 않는(?) 곳인데 필자는 하필 염천(炎天)에 방문한 나머지 고행(苦行)이 따로 없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접근로 주변의 아름드리 전나무 군락 그늘 밑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피톤치드의 그윽한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손바닥 크기의 흰색 명패가 눈에 띄었다. 필자가 무심결에 기댔던 나무 밑 등걸에 그 팻말이 매달려 있었는데 무성한 수풀 더미 때문에 미처 발견하지 못 했던 것이다. 주변을 자세히 살피니 군데군데 거수(巨樹)들마다 네임텍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고인들이 집단으로 잠들어 있는 수목장 터로 인적이 드물지 않은 대낮이었음에 모골이 송연했다. 도망치듯 숲속을 벗어났는데 아무리 수목장이 좋다 해도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마을 인근의 쉼터에까지 유택을 조성한 것은 좀 심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 시신을 화장한 골분들이 마구잡이로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모 인사는 돌아가신 부모님들을 백두대간의 풍광 좋은 명당에 몰래 뿌렸다며 자랑을 했다. 경승이 빼어난 유명사찰들일수록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유족들이 절 인근에 불법으로 산골(散骨)하는 바람에 스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국내의 화장장(火葬葬) 비율이 2015년에 80%를 넘었다. 사망자 5명 중 4명은 화장을 하는 셈인데, 1994년 화장 비율이 처음 20%를 넘어선 후 20년 만에 4배로 격증한 것이다. 고령화에 따른 소산다사(小産多死) 사회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읽힌다. 촌락공동체 해체 내지 1인 가구 급증 등 느슨한 가족관계로 유택(幽宅) 관리가 불안한 때문이다. 납골당 가격이 천정부지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웬만한 납골당의 좋은 자리는 500만~600만원을 호가하고 비싼 곳은 1천만 원을 훨씬 능가해 납골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상가(喪家)들이 점증하는 추세이다. 납골당 사기사건 또한 기승이어서 상주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납골공간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지자체마다 갈 곳 잃은 유골들로 골머리를 앓는단다. 유골을 몰래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2017년까지 5년간 유골 방치로 경찰에 신고된 건수만 411건에 달한단다.

근래 들어 자연장에 대한 선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자연장 이용률이 20%에 육박한 것이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골분을 생화학 분해 용기에 담아 나무나 잔디, 화초 주변에 묻거나 혹은 골분을 직접 뿌리는 친자연적 장례 방법으로 묘지 1기 면적에 망자 약 30명을 모실 수 있어 지속가능한 장례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자연장의 일종인 수목장도 최하 수백만 원에서 1천여만 원에 달하는 등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다. 고인을 화장하는 유족의 약 10% 정도가 산골을 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부는 자연장 활성화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약 17개소의 공설 자연장지를 설치하고 민간(문중) 자연장지 설치를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묘지 개장 후 자연장을 할 경우 장려금을 지원하는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는 자연장지 이용률을 30%로 높이는 내용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으나 명당을 고집하는 유족들의 불법이 해소될지 의문이다.

화장률 90%의 대만식 유골처리법이 주목된다. 타이베이시는 전액 무료의 합동 장례식장을 마련해 놓고 유족들이 수목장 혹은 산골을 택할 경우 고인의 유택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타이베이시의 사망자 5명 중 1명은 묘표(墓表)도 없는 자연장을 택하고 있다.

유골의 임의 방기 또한 임박한 듯하다. 그나저나 자연탐승하다 원귀(寃鬼)에라도 씌면 어떡하나?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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