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연꽃

권성훈

발행일 2018-07-17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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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娑婆도 고쳐 보면

이리도 고운 것을



유두流頭 달빛이

연연히 내리는 이 밤



꽃송이

곱게 떠오른

연蓮못 가로 나오라.

이영도(1916~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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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사바는 불교에서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를 일컫는다. 진흙같이 질척질척한 곳에서 피어나는 연꽃은 "사바娑婆도 고쳐 보면/이리도 고운 것을" 모르는 인간 세계를 역설적으로 형상화하는 '사유에의 꽃'이다. 또한 순결, 청순한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음력 유월 보름인 '유두流頭 달빛' 아래에서 홍색 또는 백색으로 개화한다. 꽃줄기 끝에 한 개씩 매단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수술은 여러 개다. 세속의 온갖 번뇌를 지우지 못하고 잠든 사이 "연연히 내리는 이 밤"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연꽃을 피운다. 그 사이 연꽃은 욕망의 사슬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을 일깨우고 있다. 잠든 자 죽은 것이니, 깨어있는 자 "꽃송이/곱게 떠오른/연蓮못 가로 나오라." 거기에 당신 마음속에 '있는 것'과 '있어야 할 것'을 밖에서 그윽하게 안으로 가르친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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