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명무실 '임금직접지급제' 정부가 원칙지켜야

경인일보

발행일 2018-07-1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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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이 경기불황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8시15분께 용인시 처인구 한 전원주택 공사현장에서 건설용 외장재 공사업체 사장 A(50)씨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A씨는 전원주택 30여 개 동을 짓는 현장에서 외장재 공사를 한 협력업체 대표로, 최근 원청 건설사인 시행업체로부터 1억원대의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1998년 인천국제공항 1단계 건설이 한창이던 시절, 인천국제공항공사 전신인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은 협력업체 임금체불에 대해 강력한 대응 조치를 마련했다.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에 공사비나 임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공사 참여 제한 등 페널티를 부과했다.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수시로 상담할 수 있도록 임금체불에 대한 안내문과 전담부서 전화번호를 적은 현수막을 공항 건설현장 곳곳에 붙여놓기도 했다.

수도권신공항건설단은 파격적으로 일부 협력업체나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임금직접지급제'와 유사한 정책을 20년 전에 실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시 인천공항 건설을 맡은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로비가 만만치 않았다. 원청의 횡포에 협력업체는 말도 못하고 눈치를 살피던 시절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은 '임금 체불은 부실공사'라고 인식하고 강력하게 대처했고, 건설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임금과 관련한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체불임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임금직접지급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공공기관조차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LH 인천지역본부가 발주한 5개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임금직접지급제가 시행되지 않고 원청업체나 협력업체 등을 통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청 갑질에 속 태우는 협력업체는 '미지급 악순환'을 끊어달라며 분신으로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 발주기관이나 원청은 여전히 절대적인 우위에서 '관행'이라는 이유로 임금체불을 한다. 발주기관이나 원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협력업체와 근로자의 속 타는 실상을 정부와 공공기관마저 외면한다면 현장 근로자들은 더는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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