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박상욱 서울대 교수

"지역 R&D 사실상 없어… 과학기술 연구개발 경기도가 나서야"

신지영 기자

발행일 2018-07-18 제15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서울대 박상욱 교수8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으로 재임하는 박상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이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지역이 나설 때"라며 경기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경기도 투자 현황과 타 지역 사정은

몇백억 쓴다지만 정부 20조에 비하면 미미
부산서 움직임 보여… 도는 지금도 늦은 편

#투자 늘리는 방식과 방향은

정부기관 아닌 '융기원' 있다는 것 큰 장점
하천 문제 등 민원해결 역할부터 접근해야

#융기원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아주대·가천대 등 대학과 기관 엮어 허브화
담당 조직과 자문기구 등 행정체계도 필요

2018071701001210100058204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설립된 196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25달러에 불과했다.

가난이 지배하던 이 시절 KIST를 설립하면서 이 땅에 비로소 R&D(연구개발)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유형의 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무형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 기술을 배양하는 토대가 바로 R&D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기도 힘든 시기에 뿌린 R&D라는 씨앗은 추후 수십 년 간 한국이 과학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제 한국은 '지방분권' 이 화두가 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과학계에서는 R&D는 국가의 사무라는 낡은 개념을 버리고, 지역에서 R&D에 직접 투자하는 '연구개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를 자처한 경기도의 R&D 예산이 전체 예산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시대를 맞은 경기도에도 보다 확대된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 맞물려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이기도 한 박상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교수는 인터뷰 내내 "이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지역이 나설 때"라며 경기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과연 지역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꼭 그래야 하는지' 수차례 반문을 던졌지만, 그는 그때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의 R&D 투자 현황을 알고 싶다.


"비단 경기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R&D가 중앙에 집중됐다. 단체장도 여러 번 바꿔봤고, 정치 분야에서는 지방자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울산의 석유 산업이나 창원의 조선소를 비롯해 경기도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같은 것들은 중앙정부가 관장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R&D를 중앙정부에서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독일의 국책연구기관인 '프라운 호퍼 연구소'도 예산을 지역에서 받는다. 일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 지역의 활동이 대단히 미미하다. 지역 R&D라고 하는 것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경기도 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한가


"전국적으로 지역으로 보면 (R&D 투자를 하는 곳이)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 도비나 광역시 예산으로 하는 데가 거의 없다. 경기도도 경제과학진흥원에서 몇 백억 단위로 한다고 하는데 대중들이 듣기에는 큰 돈일지 몰라도 경기도 스케일에서는 큰 돈이 아니다. 정부의 R&D 지출이 매년 20조원에 육박하는데, 국내 총생산의 4분의 1을 경기도가 담당하기 때문에 5조 정도는 경기도에서 쓰는 게 맞다. 첨단 제조업이 집중된 경기도에서 수백 억을 쓴다는 것은 미비한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그 몇 백억의 투자도 도내 중소기업에 대한 보조금적인 성격이라 진정한 R&D라고 보기 힘들다. 최근 부산 같은 곳에서 부산과학기술평가원을 설립하는 등 움직임이 있긴 하다. 경기도는 산업 기반을 다 갖추고 있어 지금 투자를 시작해도 늦은 것이다."

-구체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다. 경기도에서 R&D 투자를 늘리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중앙정부에 연구관리전문기관이 14개가 있고, 실제로 연구관리기능을 하는 기관만 100여개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은 비슷한 기관을 만드는 중이고 경기도는 차세대융합기술과학원을 가지고 있다. 융기원에는 번듯한 하드웨어가 세팅돼 있다. 랩(연구실)이 있고, 실제 박사들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소가 셋업(준비)된 것은 경기도 입장에서는 넝쿨째 들어온 복이다. 정부가 60년대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설립한 이후에야 어떻게 연구비를 지원할지 고민하면서 R&D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원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손발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 점은 다른 지자체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대전에 연구기관이 많다지만 대부분 정부 출연 기관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는 없다. 융기원은 경기도의 것이다. 경기도의 연구개발 체계의 비전이 있는 셈이다. 이 기관을 육성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먹거리나 살림살이도 중앙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

-R&D라는 것이 도민들에게 직접 와 닿지 않는 주제다. 갑자기 지원 규모를 늘리면 심각한 경우,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도 있을 것 같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도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쉽지 않다. 조금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시민을 위한 과학이라는 개념이 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과학이다. 간단한 예로, 경기도 하천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정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중앙에 있는 기관에 의뢰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지역 연구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된다. 도민의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적 애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대 박상욱 교수112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융기원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융기원 하나로는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허브' 같은 역할을 삼아야 한다. 융기원을 매개로 도내 대학 연구기관을 엮을 수 있다. 융기원을 서울대의 캠퍼스 개념이 아니라 아주대·가천대·경기대 등 우수한 도내 이공계 대학들과 연계해서 연구소 중심으로 갈 수 있다. 행정 체계도 중요하다. 연구관리기관이 있다면 경기도청 안에 과학기술을 담당할 최소한의 조직이 있어야 한다. 중앙에는 R&D를 산업통상자원부나 보건복지부, 심지어 국방부에서도 담당한다. 경기도가 일국의 축소판이라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국 정도는 있어야 한다. 연구를 진흥하고, 기술을 사업화하는 양 루트를 통해 성과를 확산시킬 수 있다. 정부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있는 것처럼 정책 자문을 하는 동시에 과학기술 예산 심의를 지원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도지사 옆에 자문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런 설명을 들어도 '과연 지역이 R&D 투자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경기도가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중앙정부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데 케파(능력)가 될까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공개석상에서도 강조하는 것이지만, 경기도는 인구로 보나 GRDP(지역내총생산)로 보나 유럽의 웬만한 강소국가보다 크다. 핀란드, 이스라엘, 싱가포르보다 크다. 경기도가 작아서 R&D를 안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권한이나 리소스를 지방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혀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일을 하다보면 중앙부처에서 지역 R&D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손뼉이 맞부딪칠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지역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뷰 말미 박 교수는 R&D가 경제와 산업의 근간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R&D 지원 자체가 법적으로 대기업에는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다. 당장 R&D 투자를 늘린다고 경기도의 성장률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과를 보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고, 그것이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 다만, 과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민선 7기에서 경기도 R&D의 체계를 갖출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박상욱 교수는?

▲ 1972년 서울 출생

▲ 1991년 서울대학교 입학(1995년 졸업)

▲ 2004년 서울대 이학 박사 / 2009년 영국 서섹스대 정책학(과학기술정책) 박사

▲ 2012년 숭실대 교수

▲ 2018년 서울대 교수

▲ 2012~2014년, 2018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평가위원

▲ 2016~2017년 행정자치부 정부3.0·열린혁신 평가위원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 산업통상자원부·교육부 소관 기타공공기관 경영평가위원

▲ 교육부·과학기술부 자체평가위원

▲ 미래창조과학부 임무중심형 기관평가위원

신지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